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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기고가 새뮤얼슨 교수 특별회견|레이건 재선되면 한국대미수출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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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본사 기고가인 「새뮤얼슨」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특별회견에서 한국등 개발도상국상품의 대미수출에 장애가 되고있는 미국내 보호주의 경향은 미국대통령선거가 백중하게 전개될 경우 더욱 고조되겠지만 「레이건」대통령이 압도적 우세를 보일 경우 퇴조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경제가 모든 전문가들의 예측을 능가해서 강력한 회복세를 보이고있어서 「레이건」대통령은 금년11월의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재선될 가능성이 보인다고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교수 「폴·새뮤얼슨」박사가 전망했다.
그는 또 이념적인 차이가 극복될 수 있다면 한국은 현재 개발정책에 박차를 하고 있는 두 이웃, 중공과 소련쪽으로 시장을 다변화해서 구미에서 겪고있는 통상면에서의 압박을 완화시킬 돌파구를 찾을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그런 전망은 5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에 바탕을 두는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다음은 「새뮤얼슨」교수와의 회견내용.

<경제가 선거쟁점>
-장두성특파원=「레이건」행정부가 외교면에서 별 성과를 못 거두고 있는것으로 봐서 금년 미국대통령 선거에서는 경제회복 여부가 주 쟁점으로 등장할것 같은데 교수께서는 금년 11월까지 경제회복세가 현재의 강도로 계속되어서 「레이건」대통령이 결정적으로 유리한 입장에서 투표에 임하게 되리라고 봅니까?
▲「새뮤얼슨」교수=82년 11월 시작된 회복세는 십중팔구 선거때까지 계속될것이고 「레이건」대통령은 크게 유리할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전망은 「레이건」에겐 행운입니다. 실업률도 현재의 8·4%에서 8%정도로 내려 갈것이고 기업이윤도 호전될 것입니다.
인플레는 지금보다 약간 악화되겠지만 4∼5%에 머물겠지요.
인플레와 실업률을 합친 것을 「불구지수」라고 하는데 선거날쯤 부주지수는 「레이건」에게 유리하게 낮아져 놨을 것입니다.
-「레이건」이 운이 좋았다라고 말씀 하셨는데 경제회복이 레이거노믹스정책의 결과가 아니고 우연한 것이었단 말씀입니까?
▲현재의 경제회복은 레이거노믹스의 덕택이 아닙니다. 사실 81년부터 82년 사이에 겪은 불황이야말로 레이거노믹스때문에 생긴것으로서 이에대해 「레이건」은 책망을 면키 어렵습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경제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불황이오면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대통령을 탓하지만 다시 햇빛이 나면 선장을 칭송하는 법입니다.

<레바논사태등 불리>
영국의 「대처」수상은 포클랜드전쟁이 가져다 준 단기전 파급효과로 재선에 도움을 받았지만 「레이건」의 경우 그레나다침공의 효과는 선거때 쯤이면 사라져서 도움을 크게 받지못할 것입니다. 레바논 사태는 도움될게 없지요. 그래서 외교면에서는 「레이건」이 내세울게 없읍니다. 그러나 경제회복세 덕분으로 「레이건」은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 같습니다. 아울러 상원과 하원에서 의석차를 크게 늘리면 다시 레이거노믹스의 실수를 저지르게 되겠지요.
-「레이건」대통령은 집권 후기부터 레이거노믹스 뿐 아니라 다른 보수주의 정책들도 많이 수정했었는데 재선되면 다시 그런 정책들을 강력히 추진하게 될까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그럴것입니다. 「레이건」이란 인물의 본색은 지난 6개월동안에 우리가 본것 보다는 훨씬 더 보수주의적이니까요.
-미국선거에 대해 우리가 갖는 관심은 좁은 것입니다. 그중 하나는 「레이건」과 「먼데일」등 어느쪽이 당선되어야 한국의 통상관계에 더 유익할 것이냐는 것이지요. 「레이건」행정부는 공개적으로는 자유무역원칙을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과거 어느 행정부보다 더 강력한 보호주의조치들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먼데일」후보는 초기에 보호주의를 강력히 옹호하다가 요즘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니 「레이건」이 재선되든 「먼데일」이 당선되든 한국이 미치는 미국의 통상정책효과는 다를게 없지않으냐는 의문을 안가질수가 없습니다.

<국제경제질서 안정>
▲공화·민주 양당 모두의 세력기반 저변에는 강력한 보호주의 경향이 흐르고 있습니다. 공화당도 역사적으로 보호주의의 수호자이고 「먼데일」은 노조표를 얻기위해 보호주의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 양후보간의 선거가 백중하게 전개되면 보호주의를 옹호하는 세력이 강해질것이고 「레이건」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던 보호주의 추세를 배격할 이유를 갖게 될것입니다.
그는 자유무역의 경제학을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보호주의는 배격한다는 공약을 하고있어요. 그가 한편으로는 자유무역을 부르짖으면서 일본에대해 수출 자율규제를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압력때문입니다.
보호주의의 득세를 막을 최선의 길은 「레이건」이 압도적 지지로 재선되는 것입니다.
-「월리엄즈버그 경제정상회담」에서는 보호주의 경향을 배척하자는 선언을 해놓고 오히려 서방국가들은 보호주의를 더욱 강화하고있는듯 한데 세계는 이제 경제적 무정부상태 내지는 무역전쟁의 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강철공업지역이나 자동차공업지역등 특정지역에서는 보호주의 경향이 아직도 강하지만 경제회복세가 추진력을 보이면서 전반적인 보호주의 경향은 약간 퇴조하고있는 느낌입니다. 또 경기회복과함께 달러화의 평가가 약화되고 상대적으로 엔화나 마르크화가 강화되면 보호주의가 완화될것으로 봅니다.
국제경제에 무정부상태가 오고있느냐?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 현행의 달러 유동환율제는 금본위제도나 브레튼우즈 체계가 보인 안정에는 미달하지만 그런대로 조절기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달러화가 과대평가되던 브레튼우즈 체제의 말기나 금본위체제가 와해과정에 있던때에비해 안정된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고 봅니다.

<외자개방 고려를>
-한국은 4백억달러에 육박하고있는 외상아래서 다른 제3세계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무거운 상환압력을 받고있습니다. 외채상환을 원활하게 이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출신장밖에 없는데 서방세계의 보호주의가 버티고 있습니다. 이런 딜레머에서 탈피할수있는 묘안은 없을까?
▲정치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외국자본의 국내참여를 위해 문호를 개방하는 방법을 고려해볼만하지요. 또 다른 방법은 수출을 다변화해서 어떤 특정산업이나 특정노조 또는 국가의 보호주의 경향을 자극하지않고 수출총액을 늘리는 길도 연구해봐야 될것입니다.

<브란트보고는 무용>
여하튼 경제가 급성장하고있는 한국은 아르헨티나나 나이지리아 같은 나라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외채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제3세계국가들의 경제롤 돕기위해 서방국가들이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 서방자체의 경제를 위해서도 유익하다는 내용의 「브란트 보고서」를 어떻게 보십니까? 제3세계의 부채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서방상품의 제3세계 진출을 위해서도 제3세계 경제를 육성하는 것이 서방을 위해 유익한 일인데 왜 그 보고서가 미국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읍니까?
▲그 보고서는 계몽되고 마음씨고운 원로인사들이 유럽과 미국유권자들을 계몽하기 위해 작성한 것입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그런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나자신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부국들이 제3세계에 일방적으로 원조를 제공해서 그곳 산업을 육성하게 할수 있다는 기대는 비현실적 생각입니다.
한국은 물론 경제적 성공의 덕분으로 그런 원조가 제공되더라도 수혜국에서 제외되겠지요. 그러나 방글라데시같은 나라가 원조를 받을 경우 한국은 그나라에 수출을 함으로써 혜택을 볼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브란트 보고서」는 마치 바다에 던진 돌맹이처럼 가라앉아서 아무도 기억조차 않는 형편입니다.

<미 고금리도 문제>
-「브란트 보고서」는 직접 원조뿐아니라 서방국가들이 제3세계 상품에 대해 특혜를 제공해야 된다는 암시도 들어있습니다. 저는 한국과 관련해서 그런 조치를 말한것입니다.
▲미국은 이미 관대한 수입조건을 마련하고 있어요. 최근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사상 최고의 무역적자를 보이고 있읍니다. 그래서 일본·한국·홍콩등의 상품에 대한 반발이 고조되고 있는 것입니다.
여하튼 「브란트 보고서」는 시대조류에 맞지않고 설득력도 없어요. 그 보고서에 서명한 사람들도 모두 은퇴한 정객·학자·언론인들로서 존경은 받지만 발언의 비중이 약합니다.
-「월리엄즈버그 경제정상회담」해서 EEC(유럽경제공동체)의 지도자들은 「레이건」행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 때문에 고금리현상이 계속되고 있고 이 때문에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경제회복이 이루어지는 것을 막고 있다고 불평했었습니다. 그런 불평은 정당한 것입니까? 그리고 만약 「먼데일」민주당 후보가 차기 대통령 선거에 당선이 되어 재정적자폭이 줄어든다면 나머지 세계가 경제회복을 이룰 가능성이 커질까요?
▲현재 「레이거」행정부가 보이고있는 재정적자는 구조적 적자입니다. 2백억달러에 달하는 적자중 1백억달러는 불황에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회복세가 정착하게될 85년께면 없어집니다. 그러나 레이거노믹스가 가져온 구조적 적자 1백억달러는 그대로 남게 돼요. 세율이 너무 낮아요. 그래서 미국의 금리가 높게 되니까 서구와 일본의 저축분이 몰려서 미국의 적자를 메워주고 있습니다. 이건 부자가 가난한 사람들의 돈을 꿔서 자기의 낭비를 메우고있는 꼴이며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다른면으로 보면 이런 현상이 EEC가 힘을 합쳐서 불황을 극복하는 기관차역할을 못하고 있는데대한 충분한 변명은 되지 못합니다. 그들도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불황타개를 할수 있다고 봅니다.

<소·중공 개발박차>
-외국의 관측자료 중에는 미국이 자체 재정적자를 메우는 수단으로 고의적으로 고금리정책을 획책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견해도 나오고 있는데요.
▲그럴것 같지는 않아요. 고금리의 원인은 거대한 구조적 적자에 있는데 그 원흉은 레이거노믹스보다 구체적으로는 「레이건」-「오닐」간의 정치적 대결입니다.
「레이건」은 세율을 안올리고 국방비는 삭감하지 않으면서 오직 국내 지출을 줄여서만 적자폭을 좁힐수 있다고 주장하고 「오닐」민주당하원의장은 반대로 국방비나 국내 지출은 그대로 두고 세율을 높여서만 적자를 줄이겠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그래서 적자를 줄일 수 있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해서 고금리가 계속되는 것이지요.
백악관의 머리좋은 사람이 음모를 꾸민 것이 아니고 다만 기왕의 고금리현상을 이용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한국주변의 두 대국, 중공과 소련은 경제개발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련은 한국부근에 있는 시베리아개발을 역점사업으로 삼고있어요. 그래서 일견한국에 엄청난 통상면에서의 가능성을 열어주는듯 합니다. 그들과 한국과의 이념차이는 일단 접어두고 그들과 한국간에 분업이라는 산업구조상의 보완적 관계만 놓고볼 때말입니다.
이렇게 볼 때 한국이 중·소의 개발계획에 참여할수있는 소지는 있다고 봅니까?

<소, 채무이행 잘해>
▲그런 소지는 확실히 있어요. 전통적으로 보아 소련은 서방상품의 좋은 고객이 아닙니다. 따라서 5년안에 한국이 소련에 진출할수있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낙관론에 흐르는 격이 됩니다. 소련은 외상거래만 되면 교역을 합니다.
그리고 소련의 채무이행 실적은 훌륭합니다. 그러니 연구해 볼만하지요.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한국이 필요한 원자재를 풍부하게 갖고있고 역사적·지리적으로도 한국과 가까운 중공과의 분업관계가 훨씬 더 유익할것 같습니다. 중공은 큰나라이고 탐색해볼만한 여지가 많습니다.
장기적으로 보아 보호주의 압박과 홍콩·싱가포르 등지로부터의 경쟁이 심한 유럽·미국시장으로부터 한국이 시장을 다변화하는 프런티어로서 중공과 소련을 탐색해보는 것이 한국에뿐 아니라 중·소자신들에게도 유익하리라 봅니다.
-장시간 감사합니다. <장두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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