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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전문경영인(21)-선경그룹(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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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경그룹의 각사는 독립사단과 같다. 일반적인 경영계획이나 재무·인사등 거의 모든 운영권이 각사 사장에게 일임된 독립체제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그룹공통의 이해에 관한 일을 조정하고 회장의 그룹경영에 대한 최종결정을 돕기위해 운영위원회라는 기구를 두고 있다.
형식상 선경그룹내 최고의사결정기구라 할 수 있는 운영위원회는 최종현 회장과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있다.
현 멤버는 조중태 건설사장·신광균 워커힐사장·유석원 선경사장·정찬주 합섬사장·이기동 화학사장·이순석 선경부사장·김항덕 유공수석부사장.
앞의 5명은 운영위원회가 처음 생긴 78년부터 계속 의원을 맡은 창설멤버고 뒤의 2명은 82년부터 참여했다.
운영위원회는 정관상 매월 세째주 화요일 열도록 돼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매주 열린다.
그만큼 심의해야할 안건이 많아서라기보다는 자주 만나 서로 돌아가는 분위기를 익힌다는 뜻이 강하다.
운영위원회는 최회장의 뜻에 따라 그때그때 소집된다.
12시쯤 모여 회장실옆에 따로 불어있는 회의실에서 우거지국이나 곰탕으로 점심을 함께한후 시작되는 운영위원회는 다른 그룹의 사장단회의처럼 엄숙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거나 특별한 형식을 갖춘 것은 아니다.
서열순으로 배치된 뚜렷한「내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최회장을 중심으로 적당히 자리에 앉아 각자 자기가 맡고있는 기업의 경영상태나 계획등을 이야기하고 자유스럽게 서로의 의견을 교환한다.
평소 각사의 경영에 거의 손을 대지않는 최회장은 이런 자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그룹 각사의 경영에 대한 보고를 받는 셈이다.
최회장이 보고를 받으면서 궁금한 점을 묻고 개인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하지만 각사의 운영에 대한 결정은 사장의 방침이 거의 그대로 반영된다.
어떻게 보면 그룹운영위원회라는 거창한 성격을 떠나 「점심이나 함께 하면서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그룹원로회의」로 느껴질 정도다.
평소 최회장의 주요업무는 그룹을 대표해 외부인사를 만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스스로가 늘 『형이 돌아가시지 않았으면 학자생활을 계속했을 것』이라고 말하고있고 마지막 꿈도 『대학원중심의 대학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만큼 아직도 그는 「속속들이」기업가가 되지는 않았다는 인상을 준다.
조종태 건설사장(60)은 고 최종건 회장과의 두터운 교분으로 지난 59년에 선경직물 지배인으로 취임한 이래 25년간을 선경에 몸담아온 그룹 최고원로. 입사후 77년까지 줄곧 직물·합섬에 있으면서 전무·구매본부장·기획인사본부장등을 두루 거쳤고 77년 선경종합건설 설립과 함께 수석부사장으로 옮겨 78년이래 6년째 사장직을 맡고있다.
신광균 워커힐사장(54)은 직물공업협동조합상무시절 고최회장과의 인연으로 67년 선경산업상무로 들어온 이후 합섬전등을 거쳐 74년이래 10년째 워커힐의 경영을 맡고 있다.
그룹의 모기업인 (주)선경을 말고있는 유석원사장(53)은 유공등을 거쳐 71년 선경직물무역부장으로 입사한후 (주)선경의 전무에서 부사장·사장으로 이르는 길을 1년만에 고속으로 달려 79년이래 계속 사장직을 맡고 있다.
정찬주합섬사장(58)은 일제시 식산은행에서 출발, 상당히 다채로운 경력을 거친후 71년에 합섬의 경리담당이사로 들어왔다.
그후 현재까지 줄곧 합섬에만 있으면서 상무·전무·부사장을 거쳐 79년부터 사장직을 맡고 있다.
이기동화학사장(54)은 서울대 공대 화공과를 나와 몇군데 화섬관계회사에서 기술업무를 맡다가 66년 선경화섬으로 옮겨왔다.
그후 줄곧 합섬에 있으면서 상무·전무·부사장을 거쳐 80년부터 선경화학 사장을 맡고 있다.
이순석 (주)선경부사장(44)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후 65년 선경직물에 평사원으로 입사, 선경의 성장기를 거치면서 자라온 대표적인 선경맨. 76년 (주)선경의 이사가 된이래 상무·전무를 거쳐 현직함은 대표이사부사장.
김항덕 유공수석부사장(42)은 (주)선경시절 유공인수의 제1공로자중의 한사람. 80년 선경이 유공을 인수한 이후 수석부사상으로 취임, 유공의 실질적인 임무를 도맡아 처리하고있다.
그룹 운영위원회위원은 아니지만 손길승 합섬전무도 일종의 사무총장자격으로 위원회에 늘 참여한다. 손전무는 그룹의 참모본부격인 종합기획실장과 유공사장실장, 유공해운사장을 겸직하고있는 그룹 핵심경영인의 한사람.
이순석 선경부사장·김항덕 유공수석부사장과는 서울대 상대동기로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면서 선경의 성장에 깊숙이 참여해왔다.
이밖에도 이승동 합섬부사장, 박영수·이강세 선경전무, 장윤태·최준식 화학전무등이 15년이상 선경에 몸담아온 주요 경영인들.
최근에 선경에 들어온 사람으로는 미브라운사의 선임기사를 거쳐 올해 선경종합건설의 플랜트 및 해외담당 부사장으로 영입된 문린일부사장(51)이 눈에 띈다. <특별 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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