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와트 시장 100일, 세종시 한 달 쓸 전기량 아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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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 1월 26일 제지업체 A사는 전력 중개업체(수요관리사업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다음날 9~10시 한 시간 동안 전력 사용량을 줄일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전기 사용량을 줄이면 정산금을 받기로 사전에 계약을 맺은 터였다. A사는 생산라인을 일부 쉬어 한 시간 동안 3MWh를 줄이기로 했다. 이 중개업체는 다음날 서울 기온이 영하 5도로 떨어진다는 기상청 예보를 듣고 전력거래소 수요자원 거래시장(일명 ‘네가와트’)에 입찰하기로 했다. 시장 단가인 1MWh당 150.31원보다 저렴한 148.99원을 써내면서 36MWh를 낙찰받았다. 이에 따라 이 중개업체와 계약을 맺은 A사 등 50여 곳이 같은 시간 사용량을 줄여 한국전력으로부터 총 540만원을 받게 됐다. A사는 수수료를 제외하고 36만원을 정산받았다. A사는 전력 수요가 갑자기 늘어 거래소가 한 시간 전에 요청했을 때도 전기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1년에 최대 60시간까지다. 그 대신 매년 1억원을 받는다. 1년 전기료(12억원)의 10% 가량을 돌려받는 셈이다.

 아낀 전력을 되파는 네가와트 시장이 개장한지 100일이 됐다. 지난 11월 25일 문을 열었다. 정보통신기술(ICT)를 결합한 대표적인 에너지 신산업으로 꼽힌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0일 간 총 16차례 감축이 진행됐다. 이 날도 네 차례 거래가 성사됐다. 계약을 맺은 11개 중개업체, 908개 전력소비업체가 총 1만3240MWh의 전력 소비를 줄였다. 500 규모의 LNG 발전기 2기를 13시간 발전한 수준이다. 세종시 인구 15만 명, 4인 가구 3만8560가구가 한 달 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네가와트 시장은 ‘네거티브(negative)’와 ‘메가와트(megawatt)’의 합성어다. 여름·겨울과 같이 전기 소비가 많을 때 발전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전기 소비 자체를 낮춰 발전량에 맞추는 것이다. 발전사의 발전단가보다 중개업체가 써낸 단가가 낮으면 낙찰된다.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전산 거래망인 ‘수요반응자원 전력거래시스템’을 이용한다.

 목욕탕·빌딩·마트 등 계약을 맺은 소비자들은 중개업체를 통해 아낀 전력을 되팔아 정산금과 전기료 절감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한전으로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파가 몰아친 지난 12월 18일에는 이 시장을 통해 9~12시 3시간 동안 전날 대비 4782MWh의 전력 소비를 줄였다. 발전기의 연료·기동비로 쓰일 1억9000만원의 비용이 절감됐다.

 이달부터는 한전이 손해보지 않도록 정해놓은 가격입찰 하한선(NBT)을 낮추는 내용의 ‘비용평가 운영규정’이 시행됐다. 낙찰 가능성을 높여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다. 산업부는 2017년에는 약 190만 의 전력을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LNG발전기 4기가 생산하는 전력이다.

 김종철 산업부 전력진흥과장은 “산업용 전기는 소비를 잠시 미룬 것이지만 일반용·주택용 전기는 그 만큼 절약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의 참여가 더 많아져야 한다”며 “올해 안에 전력 수요를 관리하는 지정기간(기업 휴가계획과 연계), 주간예고(하루~일주일 전 신청) 프로그램도 네가와트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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