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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가게] "나눔 보따리 사랑으로 채웠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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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매장을 채우고 남은 기증품들은 플라스틱 바구니에 차곡차곡 담겨 가게 앞 인도로 밀려났다. 매장 한편에는 '아름다운 기증 보따리'라는 녹색 문구가 인쇄된 80㎏ 짜리 쌀포대 크기의 자루들이 마치 산타클로스 선물보따리처럼 놓여 있었다.

'아름다운 기증 보따리'는 가게 인근의 아름다운 아파트인 무악 현대아파트에서 수거해온 것이다. 가게 측은 지난달 18일 임대 아파트 550가구를 제외한 964가구에 보따리 하나씩을 맡긴 지 일주일 만에 기증 물품이 빼곡하게 채워진 204개를 수거할 수 있었다.

여기서 나온 기증품 수가 3000여 점. 2003년 아름다운 아파트로 지정되면서 배치된 기증함 3개에서 한 달 평균 1500여 점이 수거되던 것과 비교하면 '특별 이벤트'에 들인 수고가 아깝지 않은 착실한 수확이다.

바람처럼 빠른 소문을 타고 이날 가게가 문을 열기 전부터 사람들이 몰렸다. 계산을 위해 늘어선 줄에서 독일인 아루나 페고(35)를 만났다. 페고는 한국인 남편을 위한 재킷 한 벌과 자신의 페이스 크림, 사전 2권 등 5점을 구입했다. 지급한 돈은 8500원.

9년째 한국에 살고 있다는 페고는 "고향인 독일 함부르크 인근의 아렌스부르크는 인구가 2만7000여 명인데도 아름다운 가게와 같은 재활용품 자선가게가 3개나 된다"며 "한국에선 이런 종류의 가게가 이제 막 생겨나고 있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안 쓰는 물건들이 집안 공간만 차지하다 아름다운 가게 같은 긍정적인 사이클을 통해 소중한 물건으로 탈바꿈한다"고 덧붙였다.

아름다운 기증 보따리는 가게가 올해 시작한 '기증대작전' 프로그램 중 하나다. 봄.가을 이사철에 쏟아지는 쓸만한 물건들을 건져보자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같은 기간 경기도 안산의 아름다운 아파트인 푸르지오 5차 아파트에서도 기증 보따리 행사가 진행돼 2400여 점이 거둬졌다. 이날 독립문점에서는 모두 479점이 팔려 138만원의 수익을 남겼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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