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싸움 밀리지 않은 중국 … MWC 노른자 제3전시관 꿰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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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의 주요 무대는 제 3전시관이다. 마이크로소프트·IBM 등이 이 곳에 자리를 잡았고, 삼성전자도 3관 한가운데 둥지를 텄다. 중국 업체도 이런 자리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삼성전자 바로 앞에는 화웨이가, 대각선 맞은 편에는 쭝싱(ZTE)이 전시관을 꾸렸다. 레노버와 차이나모바일도 3관에 전시장을 마련했다. 자리 배치가 기업 영향력의 반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 정보기술(IT)의 중심으로 부상중인 중국이 힘이 드러난 셈이다.

  전시 품목에서도 중국 업체는 ‘기술 차이가 있을지언정 못 만드는 건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세계 표준을 선점하는 경쟁에도 눈독을 들인다.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사인 중국 화웨이는 이번 MWC에서 현재의 롱텀이볼루션(LTE)를 개량한 4.5G 이동통신 표준을 세우자고 제안했다. 2016년이면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화웨이 무선 네트워크 사업 부문의 밥 차이 마케팅 부사장은 “4.5G를 통해 이동식 사물인터넷(IoT)애플리케이션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또 이번 전시회에서 4.5G를 넘어선 5G 구축에 필요한 세계 최초 기술도 여럿 선보일 계획이다. 화웨이는 최근 300명 이상의 5G 전문가를 영입하고 5G 연구개발센터를 전세계 9곳에 세우는 등 5G 연구·개발에 총력을 쏟고 있다. 스마트폰인 ‘아너X2’도 전시하는데, 이 제품에는 화웨이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탑재됐다. 스마트폰의 뇌에 해당하는 AP와 스마트폰 기기를 모두 만들거나 설계할 수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애플 정도다.

 하이얼은 스마트 워치와 애완동물을 관리할 수 있는 소형 기기를 내놓는다. 이미 다른 업체들이 선보인 기기지만 하이얼이 이런 연결형 기기(커넥티드 디바이스)를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점만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는 양쪽 곡면에 스크린을 적용한 신형 모델을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스마트폰 업체인 메이주는 리눅스 기반의 운영체제(OS) ‘우분투’를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안드로이드 OS로부터 독립된 시스템을 확보하려는 속내를 드러냈다. 메이주는 알리바바로부터 6400억원을 투자받은 회사다. MWC를 주최하는 세계 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의 미셸 오하라 최고마케팅책임자는 CNBC 인터뷰에서 “중국 업체는 기존 기술을 따라하던 추격자에서 기술을 선도하는 리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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