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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맨 경쟁률 수백대 1 … 이렇게 준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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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증권업종도 여느 업종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이고 도전정신이 강한 인재를 선호한다. 한 증권사에 응시한 구직자가 증권사의 면접장 문을 열고 들어가고 있다. 신인섭 기자

대우증권의 경우 허수 지원자를 줄이기 위해 온라인 접수를 받지 않고 우편과 인편으로만 원서를 받았는데도 예년에 비해 지원자가 늘었다고 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21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올 하반기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증권업 채용규모는 전년에 비해 97.4% 늘어난 450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수시 채용까지 포함하면 채용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989년 4월과 94년 11월, 2000년 1월 등 과거 종합주가지수 1000을 돌파하던 시절에 비해서는 취업시장도 한결 차분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증시 호황 때문에 올 하반기 증권업계의 채용 규모가 다소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호황기처럼 열기가 뜨겁지는 않다는 것이다.

◆ 준비된 입사자 늘었다=증권업계에서는 증시 호황 때마다 억대 연봉을 바라보고 부나비처럼 증시에 뛰어들던 지원자들이 줄어든 반면 각종 자격증으로 무장한 '자본시장의 준비된 일꾼'은 더 많이 늘었다고 말한다. 대우증권 인사팀 박찬길 과장은 "요즘 지원자들을 보면 모의투자도 해보고, 대학에서 투자론 등의 강의도 듣고 증권투자상담사 등의 자격증도 준비해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최근의 공기업 선호 현상과 맞물려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구직자가 많아 지원자가 줄어든 증권사도 있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지원자가 예년에 비해 줄어드는 등 증권사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며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한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상반기 공채에서 합격통보한 인원의 절반 정도만 회사에 출근했다고 한다. 한 증권사 인사팀 관계자는 "증시가 하락하면 구조조정 1순위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오래 다니기 어렵다는 이미지가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잡코리아 정유민 상무는 "증권업계의 급여 수준은 소비재 산업에 비해 높지만 주식이 '고위험 고수익'인 것처럼 직업적 안정성이 떨어져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대졸 초임 연봉은 3000만원 안팎이다.

◆ 어떻게 뚫을까=취업 포털 인크루트와 커리어에 따르면 증권업계의 채용은 보통 서류전형.실무면접.임원면접으로 구성된다. 굿모닝신한증권과 푸르덴셜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은 적성검사를, 대신증권은 종합교양을, 대우증권은 직무평가를 전형과정에 넣고 있다. 증권업계는 기본적으로 남의 돈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도덕성과 성실성을 중시한다. 인턴이나 연수 경험, 사회봉사활동 경험자, 어학우수자, 모의투자대회 참가자 등을 우대한다. 주식투자와 관련한 자격증도 취업에 도움이 된다. 투자상담사 1.2종과 금융자산관리사(FP), 자산운영전문가, 선물거래상담사, 공인회계사(CPA) 등의 자격증 소지자에게는 가산점을 준다. 지역별 채용의 경우 해당지역 고교나 대학출신자, 연고자를 우대하기도 한다. 대학 학과장이나 교수 추천을 선호해 평소 학점 관리를 착실히 해두면 좋다. 교수 추천서를 받으면 금상첨화다. 면접 과정에서도 최근 금융계의 동향을 묻는 질문이 수시로 나온다. 당황하지 않으려면 금리 변동이 증시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나 세제 변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 종합적인 분석 능력을 갖춰야 한다. 각종 재무제표와 유가증권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다. 증권 모의투자 경험을 해보는 것도 유리하다. 현재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채용을 이미 마쳤거나 서류 접수를 마감한 상태다. 현재 대졸 신입사원을 뽑고 있는 곳은 메리츠증권과 CJ투자증권 정도. 메리츠증권은 25일까지, CJ투자증권이 21일까지 원서를 받는다.

서경호 기자<praxis@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최근 중앙일보 인턴 기자로 일했던 박수호(27.고려대 국문과 졸)씨가 이 지면에 게재된 기사의 취재에 참여했습니다.

증권 유관기관은

올 상반기에 결원이 발생해 취업사이트에 충원 공고를 냈던 상장회사협의회 경영지원부 임동철 과장은 깜짝 놀랐다. 일반인에게는 별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기관임에도 1명 모집에 무려 1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최근 증권업에 관심 있는 구직자들 사이에서 증권업 유관기관들이 매력적인 일터로 각광받고 있다. 앞서 소개한 상장회사협의회를 비롯해 증권선물거래소.증권금융.증권예탁결제원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안정적이면서 복리후생이나 급여 등도 괜찮다는 입소문 때문이다.

◆ 어떤 기관이 있나=증권 유관기관들은 아직도 구직자들에게 덜 알려져 있다. 증권 유관기관에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에 따라 기존의 3개 현.선물 거래소와 증권업협회 내 코스닥위원회가 합병된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예탁받은 유가증권의 권리 변동을 최종적으로 완료시키는 증권예탁결제원, 고객예탁금을 관리하고 증권금융채권을 발행하는 한국증권금융이 있다. 또 증권시장과 증권업계 업무의 전산화를 전담하는 KOSCOM(구 한국증권전산), 증권시장의 안정적 수요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증권업협회, 자산운용사 간의 건전한 업무질서 유지와 자율규제, 정부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를 대행하는 자산운용협회, 상장회사를 회원으로 하여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인 상장회사협의회 등이 있다. 선발 인원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증권선물거래소는 9월 3년 만에 처음으로 15명의 신입사원을 뽑았다. 올 상반기 공채를 마친 증권업협회도 24명의 신입사원을 선발하는데 그쳤다. 그밖에 KOSCOM.자산운용협회 등은 결원이 생길 때 충원 공고를 올리므로 관심 있는 지원자들은 해당 사이트를 수시로 방문하는 것이 좋다.

◆ 어떻게 준비하나=증권선물거래소의 경우 'TOEIC 900점 이상' 등 지원자격의 영어점수를 대폭 높였다. 거래소 측은 한국 증시의 글로벌화를 위해 해외업무를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다른 기관들의 경우 영어점수가 당락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인사 담당자들은 논술 및 경제 관련 상식공부를 꾸준히 하라고 조언한다. 이들 기관들은 대부분 2차 전형에서 논술시험을 본다. 해당 기관 성격상 주로 경제학과 법학 관련 주제들이 출제되고 최신 시사와 연계된 문제도 나온다. 증권예탁결제원의 작년 시험에 '기업의 장기 자본조달 방식에 대해 논하시오' 등 기본실력이 있어야 쓸 수 있는 문제와 '인구 성장률이 감소하는 데 이러한 현상이 우리나라 사회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해결방안' 등의 시사적인 문제도 나왔다. 증권예탁원 인사팀 유상요 과장은 "출신 학과나 토익.학점 등은 그리 제한을 두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한국증권금융 인사팀 이창환 과장은 "사회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증권업협회 인사팀 박민수 대리는 "증권 실무를 알고 있으면 입사할 때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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