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이 키운 FC 바르셀로나가 부산 갈매기의 롤 모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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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호 14면

부산 자이언츠 기획단이 롤모델로 삼는 팀이 있다.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전통 명문팀 FC바르셀로나다. 1899년 창단된 후 세계 시민구단 중 가장 성공적인 역사를 쓰고 있는 팀이다. 리그에서 22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4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리오넬 메시(28·아르헨티나), 네이마르 다시우바(24·브라질) 등 세계적인 선수를 우표 수집하듯 영입할 만한 탄탄한 자금력도 갖고 있다. 비결은 팀의 운영 주체이자 조합원인 소시오(Socio)다. 19만 명의 소시오가 연회비로 1인당 177유로(약 22만원)를 낸다. 구단 회장은 소시오 투표로 결정된다. 회장이 선수 영입과 같은 중대한 결정을 최종 승인하지만 팀 운영의 주요 결정은 소시오의 목소리가 강하게 반영된다.

해외 시민구단 성공 사례는

기획단은 여러모로 바르셀로나를 닮고 싶어한다. 기획단 관계자는 “바르셀로나 역시 처음부터 역사와 전통, 자금력을 두루 갖춘 팀은 아니었다”며 “부산 시민의 열정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를 향한 바르셀로나인의 열정과 야구를 향한 부산의 열정은 닮은 구석이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차이점이 있다. 바르셀로나가 속한 카탈루냐 지역은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요구할 정도로 지역색이 강하다. 스페인에서 가장 잘사는 지역이기도 하다. 반면 부산은 그 정도의 결집력과 자금력을 뒷받침하긴 힘들다.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부산의 인구가 300만 명 정도라고 보면 성인 남성 인구가 100만 명 정도로 잡을 수 있다. 30만 명이 조합원이라면 인구의 3분의 1이라는 이야기인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크기도 비교가 안 된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지역팀이라기보다는 전 세계에 축구팬을 갖고 있는 다국적팀이다. 소시오들이 내는 조합비 외에도 중계권료, 입장 수입, 관련 마케팅 등으로 연간 4억8460만 유로(약 6000억원, 2013~2014 시즌)를 벌어들인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는 협동조합 형태는 아니지만 전체 주식의 과반을 시민주로 채워야 하는 ‘50+1’ 룰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 프로축구 시민구단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당연직 회장을 맡는 지역체육회 지분이 대개 과반을 차지한다.

프로야구에선 시민구단 모델을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의 히로시마 도요카프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히로시마는 원폭 피해를 딛고 일어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1950년 시민구단을 창단했다. 매년 재정난에 허덕이다 결국 68년 마쓰다 자동차에 지원을 요청했다. 마쓰다는 팀을 계속 지원하지만 구단주 자격이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투자만 한다. 유망 선수들은 몸값이 오르면 팀을 떠난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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