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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60km로 달려도 휴대 인터넷 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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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키워드는 단연 정보기술(IT)이다. APEC에 맞춰 KT와 SK텔레콤, 삼성전자.LG전자 등은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와 제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정부는 벡스코 1층 1815평의 전시공간에서 IT전시회를 개최했다. 올해로 17회를 맞이하는 APEC 정상회의에서 이번처럼 IT를 전면에 내세운 개최국은 없었다. APEC IT 전시회에 소개된 주요 최첨단 기술을 소개한다.

→ 관련화보 'APEC IT 전시회'

15일 오전 9시,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을 출발한 KT 휴대 인터넷(와이브로.Wireless Broadband Internet) 체험 버스 2대는 10분 만에 벡스코 전시관에 도착했다. KT는 파라다이스 호텔과 벡스코 간 왕복 4㎞ 구간에 휴대 인터넷 중계기 10대를 설치했다.

시속 60㎞로 달리는 버스에서 휴대 인터넷의 성능을 체험했다. 삼성전자가 제작한 휴대 인터넷 시스템과 단말기는 시속 120㎞로 달리는 상황에서도 고속으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먼저 출발한 버스 안에서 노트북 컴퓨터에 랜카드(PCMCIA) 모양의 휴대 인터넷 카드를 장착하고 이어폰과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을 착용했다. 다른 체험 버스에 타고 있던 KT 직원을 화상 전화로 호출했다. 이어 KT 직원의 모습이 노트북 화면 오른쪽 상단에 나타났다. 이런 식으로 최대 12명까지 화상 통화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전날 저녁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휴대 인터넷 시범 서비스 개통식에서 사회를 맡은 손범수 아나운서가 6명의 KT 직원과 화상 통화를 했다. 휴대 인터넷 서비스를 체험하면서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휴대 인터넷이 상용화되면 현재 유선 초고속 인터넷을 통해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듯이 무선 인터넷 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무선 인터넷 전화는 기존의 이동전화 서비스보다 요금이 저렴할 것으로 보인다. KT 관계자는 "유선 통신업체인 KT가 휴대 인터넷 사업을 통해 무선 통신 사업 영역으로 진입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화상 통화 도중 KT 직원이 뮤직 비디오를 보여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가 파일을 전송하자 노트북 화면에 깨끗한 화질과 음질의 뮤직 비디오가 재생됐다. 뮤직 비디오를 보면서 화상 통화를 하다가 인터넷에 접속했다. 노트북 화면이 3개로 나눠졌다. 휴대 인터넷은 이처럼 화상 통화, 주문형 비디오(VOD), 인터넷 검색, 실시간 TV 시청, 채팅 등 현재 유선 초고속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제공했다.

삼성전자가 개발해 KT에 납품한 개인휴대단말기(PDA)형 휴대 인터넷 단말기는 이날 초당 4.2메가 비트(다운로드 기준), 1.2메가 비트(업로드 기준)의 속도를 기록했다. 이는 유선 초고속 인터넷인 ADSL(800킬로 비트~3.3메가 비트)보다 빠른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처음으로 무선 인터넷이 유선을 앞지르게 됐다"고 말했다.

KT 남중수 사장은 "내년 상반기 세계 최초로 휴대 인터넷을 상용화하겠다"며 "휴대 인터넷을 KT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휴대 인터넷이 사실상 무선 초고속 인터넷의 국제 표준으로 선정됐다"며 "다음달께 휴대 인터넷의 국제 표준 사실이 공식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말귀 알아듣는 '똑똑한 로봇'

삼성전자가 만든 무선 로봇. 휴대인터넷폰과 무선으로 연결돼 있어 단말기를 통해 로봇을 조작하면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거나 각종 전자제품을 작동할 수 있다. 외부 침입자가 있으면 로봇이 즉각 이를 감지해 휴대인터넷폰을 소지하고 있는 주인에게 긴급경보를 발령한다. 사람이 집에 있을 때는 음성으로 로봇에게 각종 지시를 내릴 수 있다. 가령 로봇을 향해 "영화 감상"이라고 말하면 로봇은 무선 인터넷으로 연결된 집안 홈 시어터 시스템을 작동한다. "날씨"라고 말하면 현재 거주 지역의 날씨 정보를 로봇이 말해준다.

물고기 노니는 '디지털 연못'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해 열린 IT 전시관 한복판에 '디지털 연못'이 조성됐다. 이 연못은 한국의 앞선 PDP 기술을 과시하기 위해 정보통신부가 조성한 것이다. 50인치 크기의 PDP 패널 7개로 만들었다. 연못의 수면을 구성한 PDP 화면은 흡사 진짜 물속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물고기가 다른 PDP로 넘어갈 때에도 마치 물속에서 이동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화면이 연결된다.

세계 최대 102인치 PDP

LG전자가 출품한 102인치 PDP TV는 세계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이 제품의 해상도는 207만 화소로 기존의 고화질(HD.100만 화소급) PDP TV에 비해 2배가량 높다. LG전자는 고효율의 102인치 PDP TV 개발을 위해 고속신호처리 기술과 독자기술의 화질처리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무선 인터넷으로 대용량 게임을

SK텔레콤은 3.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고속하향다운로드패킷접속(HSDPA) 서비스를 선보였다. 내년 상반기에 상용화될 예정인 HSDPA는 초당 1.8메가 비트(다운로드)와 384킬로 비트(업로드)의 속도를 낸다. 이에 따라 HSDPA 카드를 노트북 컴퓨터에 연결해 대용량 레이싱 게임인 카트라이더를 무선으로 내려받아 사용하는데에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상용 서비스가 시작되면 시속 300㎞로 달리는 고속철도 안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속 로봇처럼 …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오준호 교수팀이 제작한 로봇 '휴보 FX-1'은 100㎏의 사람이나 물건을 태우고 전후좌우 이동과 회전을 할 수 있다. 이 로봇의 키는 1m74㎝이며 무게는 150㎏으로 모터를 이용해 움직인다. 걷는 최고 속도는 시속 1.5㎞. 오 교수는 "로봇의 기술을 더 발전시키면 인간이 접근하기 힘든 곳에서 로봇이 대신 작업할 수 있고, 물건을 운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이희성 기자

<buddy@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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