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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여러분 여건이 저보다 훨씬 유리 … 도전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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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마노 히로시 교수가 청색 LED 연구와 노벨상 수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성균관대학교]

“처음 청색 발광다이오드(LED)개발에 필요한 P형 질화갈륨(GaN)의 결정화에 성공한 게 28세 때 입니다. 제가 연구를 하던 시절보다 현재 여러분의 상황은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더 어려운 과업과 주제에 도전하세요.”

 세계적인 반도체공학자이자 지난해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인 아마노 히로시(天野浩·55) 일본 나고야대 교수가 26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린 초청 강연에서 한국 대학생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1시간 넘게 이어진 이날 강연에서 청색 LED를 개발하기까지의 실패담과 노벨상 수상의 뒷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는 “노벨상 수상자 발표 당시 비행기 안에 있어 내가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는지도 몰랐다”며 “공항에 기자들이 잔뜩 있었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던 나는 이들을 무심히 지나쳐 버렸다”며 웃었다.

 아마노 교수는 1980년대부터 스승 아카사키 이사무 교수와 함께 청색 발광LED 개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수천 번의 실패를 거친 뒤 결국 92년 과학계의 오랜 숙제로 여겨지던 청색 LED개발에 성공했다.

 적·녹색 LED는 이미 60년대 개발됐지만 빛의 삼원색(적·녹·청)을 실현할 청색 LED는 이후 30년간 개발되지 못해 백색 LED는 실용화되지 못하던 때였다. 지난해 스웨덴 왕립과학한림원은 청색 LED 개발의 공을 인정해 이들과 나카무라 슈지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 교수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당시 왕립과학한림원은 “형광등보다 네 배 이상 고효율인 LED의 상용화는 지구 자원을 절약하는 데 이바지했다”고 이들의 업적을 평가했다.

 아마노 교수는 처음 LED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5년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창업하고, 이듬해인 76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컴퓨터를 만들어 자신이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당초 컴퓨터 시스템에 대해 연구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연구소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아마노 교수는 대신 당시 사용되던 브라운관 디스플레이가 전력을 많이 소비하고 크기가 큰 점에 주목했다. “만약 청색 LED가 만들어진다면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해질 것이라고 생각해 1982년부터 연구를 시작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마노 교수는 “‘씨앗(Seed·기초) 연구’는 성과가 금방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린다”며 “끝까지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마노 교수 역시 연구과정에서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JST)와 산업체의 후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향후 계획을 묻는 학생들의 질문에 “앞으로 연구할 과제는 무궁무진하다”며 “청색 LED의 가격을 낮추는 일, 녹색 LED 효율성 증가 등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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