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심층면접] '그 기업 마인드' 를 가져라 … 지친 표정 금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Q

1. 대학 시절에 기억에 남을 만한 결과를 낳았던 경험이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주요 과제나 경험 확인)

2.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였습니까? (프로세스 확인)

3. 그렇다면 어떻게 소개하고 홍보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십시오. (구체적 행위 사례 기술)

4. 그래서 그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결과 확인)

A

1. 소프트웨어 개발 동아리에 가입해 회장으로 동아리를 1년 동안 이끌었습니다. 그때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실제 일반 기업을 상대로 판매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2. 우선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동아리 선배, 관련 회사들을 대상으로 저희 동아리가 개발하고자 하는 소프트웨어를 알리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3. 무작정 사람들을 모아놓고 제품에 대해 설명하기보다는 모인 사람들의 제품에 대한 욕구(니즈)를 먼저 듣고 이에 대해 우리 제품이 어떻게 도움을 드릴 수 있는지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또 그 자리에 참석하신 분들의 의견을 수용한 뒤, 실제로 제품에 반영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해 더 큰 관심과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4. 기대 이상으로 자금이 모였고 이런 주위의 지원과 기대가 동아리 구성원들을 더욱 분발케 했습니다. 구성원들은 더 큰 책임감으로 연구에 임했고 이를 통해 애초 목표한 기간 안에 무사히 제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자료: 타워스 페린>

10일 올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가 한창이던 서울 남대문로 CJ 본사 7층 면접실. 한 지원자가 녹초가 된 모습으로 문을 열고 나온다. 그가 면접실에서 보낸 시간은 무려 1시간40분. 여러 지원자가 한꺼번에 들어간 것도 아니었다. 혼자서 두 명의 면접관으로부터 쏟아지는 질문 공세를 받았다. 한 주제에 대해 대답을 들은 뒤 5~10개씩의 관련 질문을 꼬리에 꼬리를 물 듯 계속하는 '물어뜯기 식'의 면접이었다. 이 지원자는 "알몸으로 내 삶의 전 기간을 면접 시간 내내 쏟아 놓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CJ가 2001년부터 도입하고 있는 이른바 '역량면접'이다.

표면적인 질문 여러 개를 던지기보다는 지원자 한 명을 놓고 한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심층면접(Depth interview)'의 하나다. 요즘 채용 시장에선 이런 심층면접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입사하면 어차피 배우게 될 몇몇 업무 지식보다는 회사와의 궁합을 중요시하면서 일부 외국계 기업에서 도입해 사용하던 심층면접을 국내 기업들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심층면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의 인사담당자들이 귀띔하는 심층면접 공략법을 소개한다.

◆ "모범답안을 미리 준비하지 마라"

(CJ 인사팀 고성훈 과장)

CJ에선 2003년부터 심층면접의 일종인 '역량면접'을 시행하고 있다. '서류전형-인지능력평가-임원면접'을 거쳐 마지막 단계에 시행하는 것으로 실질적인 최종 관문이다. 이 면접엔 지원자 한 명에 면접관 두 명이 들어간다. 역량면접 프로그램은 전문 HR컨설팅회사의 자문을 거쳐 자체 개발했다. 질문 내용에 대해선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한다. 그러나 간혹 인터넷 카페나 합격한 선배들을 통해 질문을 미리 알고 답을 준비해 오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반드시 준비한 티가 난다. 당연히 감점 대상이다. 역량면접에는 정답이 없다. 별도로 공부하기보다는 면접 전날 내 인생에서 의미 있었던 일들을 하나 둘 떠올리며 정리해 보는 게 좋다.

◆ "지원하는 기업의 가치를 숙지하라"

(한국얀센 인사과 홍봉표 팀장)

한국얀센은 서류전형 후 필기시험 없이 곧바로 두 차례의 면접에 들어간다. 면접을 통해 우리 회사에 대해 관심 있고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을 우선 뽑겠다는 의도다. 따라서 지원자는 면접 전에 기업의 가치와 비전을 숙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그에 맞춰 자신의 경험을 정리해 볼 수 있다. 간혹 지원자들의 심리를 테스트하기 위해 "그런 경험이 자랑거리가 되느냐""그렇게 곱게 커서 도전 의식이 있겠느냐"는 직설적인 질문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구직자들 사이에서 얀센의 심층면접은 '스트레스 면접'이라고 불린다. 실제로 면접 후 울면서 뛰쳐나가는 여성 지원자들도 종종 있다. 그럴수록 당황하지 말고 살짝 웃으며 재치있게 넘어가는 게 중요하다.

◆ "솔직해라"(태평양 인사과 김종식 과장)

태평양에서는 3년 전부터 역량면접을 시행하고 있다. 역량면접 결과는 최종 임원면접 때 당락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두 명의 면접관이 한 명의 지원자를 앉혀놓고 질문한다. 질문마다 나올 만한 답변에 대해 수많은 시나리오가 있다. 질문하는 방법 등에 대해 집중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면접관으로 들어간다.

역량면접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미래의 적응성을 점검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너무 좋은 얘기만 늘어놓는다고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또 잘 보이려고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거짓말은 금세 드러나기 때문에 솔직해야 한다. 전문 교육을 받은 면접관 앞에서 1~2시간 동안 집요하게 질문을 받다 보면 능력과 지식이 바닥까지 드러나기 때문이다.

◆ "적합한 인재를 뽑는 좋은 방식이다"

(CJ 등 3명의 인사담당 팀.과장)

모든 지원자를 한 명씩 만나는 방식이다 보니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CJ의 경우 과장급들 중에 '어세서(asseser)'라고 불리는 면접자를 200명이나 선발해 공채 전 일주일 동안 지방에서 합숙하며 평가 훈련을 시킨다. 한국얀센도 한해에 두 번 있는 공채 당일엔 전국 지점의 팀장들이 총동원돼 채용 업무에 매달린다.

그래도 심층면접을 시행하고 있는 기업들 대부분 "결과에 만족한다"는 입장이다. CJ 고성훈 과장은 "회사와 궁합이 맞은 인재가 입사하기 때문에 잘 적응하고 업무 효율도 높다"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심층면접 왜 하나

기업 채용에서 역량(Competency)에 기반한 심층면접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70년대 미국에서다. 당시 미국 기업들은 지금 우리 기업들이 하듯 출신학교 성적이나 적성검사 등을 토대로 채용을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겉으로 드러난 수치와 실제로 조직에서 성과를 발휘하는 정도가 맞지 않는 문제가 생겼다. 면접을 거치긴 하지만 다수의 임원이 여러 명의 지원자를 앉혀 놓고 피상적인 질문 한두 개를 던지는 것만으론 정확한 검증을 할 수 없었다.

구직자의 학벌.점수를 떠나 기업 문화와 비전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적합한' 인재를 찾아내는 게 기업들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그래서 먼저 각 기업들은 각자의 환경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인재의 역량이 무엇인지를 정리해 봤다. 그리고 그 역량들을 측정할 수 있는 질문지를 마련했다. 모든 지원자를 동일한 환경에서 같은 유형의 질문을 받도록 했다. 또 질문의 내용은 전문 지식, 업무 관련 상식이 아니라 지원자의 과거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개인적으로 과거에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캐내는 것이다. 현재의 지원자를 결정지은 과거 경험이야말로 그 사람의 미래 능력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정보라는 판단에서다. 학계 연구 결과 기존의 '다수 면접관과 다수 지원자' 방식의 면접보다 역량에 기반한 심층면접을 해 인재를 뽑았을 때 채용 타당성 면에서 1.5~2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타워스 페린 이정성 부장

◆ 전문가들이 말하는 심층면접 공략법

①별도로 공부할 필요는 없다

-심층면접엔 정답이 없다

-면접 전날 동아리 활동, 군대 생활 등 자신의 일생에서 의미 있던 일들을 정리해 본다

②처음부터 정직하게 답하라

-첫 질문에 잘 보이려고 자칫 꾸며 이야기하다 보면 두 번째 세 번째 질문에서 금세 막히고 만다

③예상 질문을 알아 가지 마라

-선배 등에게 물어 예상질문을 알아 가면 정형화된 대답밖에 할 수 없다

-취업 커뮤니티에서 찾은 '앵무새 답변'은 감점 대상 1호다

④기업의 가치를 숙지하라

-심층면접의 목적은 기업의 가치에 맞는 인재를 뽑겠다는 것이다

-홈페이지 등을 통해 기업의 가치와 비전 등을 꼭 알아 둔다

⑤끈기있게 이미지 관리를 하라

-장시간 동안 집요하게 질문을 받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게 마련이다

-면접 중 지친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주의한다

<자료: 인크루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