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에 안 맞게 마구잡이 독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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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학령에 관계없이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있으며 반성문 스타일의 독후감을 쓰는 경향이 많아 독서지도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방생명(대표 배상욱)이 제4회 전국 학생 좋은 책 읽기 운동에 응모한 초·중·고교생 19만8천4백73명의 독후감을 분석한 결과다.
우리나라 초·중·고교생들이 가장 즐겨 읽는 책은 동화나 소설 등 문학서적류(국교생 67.3%, 중학생 70.88%,고교생 89.5%). 다음이 위인전·과학도서 순이다.
국민학생들의 베스트셀러로는 『콩쥐팥쥐』 『흥부전』 『심청전』 등 전래동화와 『백설공주』 『소공녀』 『알프스소녀』 『피노키오』등 외국 동화가, 중·고교생들은 『대지』 『벙어리 삼룡』 『무정』 『마지막 잎새』 『여자의 일생』 『상록수』 『테스』 등을 즐겨 읽는다.
초· 중학생에게 가장 많이 읽히고 있는 위인전은 『이순신』과『세종대왕』. 『헬렌 켈러』 『에디슨』 『퀴리부인』 『슈바이처』등도 인기가 높다.
이번 조사를 통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된 것은 독후감이 반성문의 양상을 띠고있다는 것. 대다수의 학생들이 책의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방아들이고 상대적으로 자신을 비하하는 태도를 보여 독후감 내용이 획일적이고 상투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한 예로 서로 다른 책을 읽은 학생들의 느낀 점이 「울어버렸다」 「나 같으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텐데」「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등 천편일률적으로 끝을 맺고 있다.
또 학령에 관계없이 도서를 선정하고 있는 것도 문제. 극단적으로 국교6년이 『파우스트』를 읽는가하면 중3이『백설공주』를, 고교2년이『콩쥐팥쥐』를 읽고 있는 등 도서선정에 혼선을 빚고 있다.
이것은 책의 내용을 충분히 소화시키지 못할 우려가 있으므로 학부모나 교사가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2년 연속 애독 동화 20위안에 국내 창작동화가 1편도 들지 못하고 있어 국내 동화에 대한 보급 및 추진이 미흡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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