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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의 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얼마전 카레라이스를 많이 먹은게 화근이었달까.
밤새 복통으로 약국의 약도 무효인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아침이 되니 첫째인 국민학교 1학년까리 하종이도 몸이 불덩어리 같은 게 아닌가.
며칠 감기기운이 있어 보였지만 대수롭지않게 여겼더니 때마침 타이밍을 맞추느라 같이 아프게된것이다.
병원 신세를 지고 사흘만에 어느정도 회복되어 음식생각이 간절해서 가까운 음식점에 시켰더니 생각과는 달리 소태맛이다.
엄마가 아프니까 고생을 하는건 아들녀석이다.
문득 가엾은 생각에 『하종아, 엄마가 입맛이 없는걸 보니 죽으려나보다. 그럼 넌 시골 할머니한테 가 있어야 되겠지.』하고 반응을 기다렸더니 『죽지 마셔요. 엄마, 같이 살아요.』할줄 알았는데 그렇게 가기 싫어하던 녀석이 『네』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이는게 아닌가.
순간 철없는 어린 것과 이 무슨해괴한 말장난인가 싶어 얼른 입을 다물고 경거망동한 나의 행동을 꾸짖어본다.
기운이 없어 밥을 지을수가 없다.
따끈한 밥 한공기와 조개국 생각이 간절하다.
궁리를 하다 문득 길건너 이현이 엄마가 떠오른다.
서로 왕래는 없었지만 길에서 우연히 마주칠라치면 상냥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다이얼을돌린다.
이현이 엄마의 목소리가 확인되는 순간 몇 년만에 사람을 대한듯 반가움에 왈칵 눈물이 솟구친다.
『어머, 그러셨어요? 커튼이 드리워져 있어서 시골에 가셨는가보다 생각했어요.』
잠시후 김이 무럭무럭나는 밥에 조개를 넣은맑은 장국과 정성이 깃든 반찬을 대하니. 말로만 듣던 정다운 이웃사촌을 생전처음 느끼는 순간이다.
그동안 난 바쁘다는 핑계로, 아니 아집이 강했던탓인지 이웃 단절 속에살아온것 같다.
이번의 일을 계기로 나는 혼자서는살수 없는 협동하는 귀중한 삶의 가르침을 배운것 같다.

<충북청주시오암동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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