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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성적 중시하는 대학 목표로 취약 과목 보완에 집중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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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도약 발판 삼으려면

2014학년도 전국 4년제 대학 신입생 가운데 재수생이 20% 정도를 차지했다. 상위권 대학이 몰려 있는 서울 지역일수록 더 높아 30% 안팎에 이른다. 성적 면에서도 재수생이 재학생을 앞지른다. 성적 상승도 재학생에 비해 재수생이 큰 편이다. 이에 힘입어 고3 때보다 재수 뒤에 상위권 대학으로 진학하는 비율이 더 많은것으로 나타났다. 재수는 실패가 아니라 상위권 대학으로 도약하는 발판인 셈이다.

종로학원 하늘교육이 교육부 교육통계서비스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4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전국 4년제 대학(189개) 신입생(36만3655명) 가운데 재수생이 19.3%(7만39명)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31.8%), 세종(27.5%), 인천(27%), 경기(24.1%) 순이다. 상위권 대학들이 밀집된 서울·수도권에선 재수생 비율이 높았다. 지방 광역시와 도는 10%대에 그쳤다.

대입 기숙학원에서 방과 후 자율학습 시간 중 한 재수생이 수업 중 이해하지 못한 문제에 대해 질문하자 강사가 풀이 과정을 써가며 설명해 주고 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수생 대부분 성적 10점 이상 올라

최근 7개년 자료를 보면 서울과 수도권 대학 신입생 중 재수생이 20~30% 안팎을 차지했다. 서울의 경우 2008년 32.4%, 2009년 31.1%, 2010년 28.4%, 2011년 33.1%, 2012년 33.6%, 2013년 33.8%, 2014년 31.8%다. 10명 중 3명꼴이다.

경기도와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은 2008년 29.5%, 2009년 27.9%, 2010년 16.3%, 2011년 19.5%, 2012년 21.3%, 2013년 20.4%, 2014년 19.3%를 차지했다. 즉, 재수가 재학생 때보다 높은 대학으로 가는 관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자료를 보면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13학년도 대학수능시험을 분석한 결과 국어·수학·영어 영역 표준점수(평균 기준)의 경우 재수생이 재학생보다 높게 나타났다. 상위권인 1~2등급에서도 재수생이 재학생보다 많았다.

2012학년도와 2013학년도의 수능시험 표준점수 평균을 비교해도 대부분 영역에서 재학생은 제자리인 반면 재수생은 더 높아져 차이가 더 벌어졌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자료(한국교육종단연구 2005)에서도 재수생의 성적 상승이 재학생보다 높았다. 국어·수학·영어 영역을 합한 표준점수가 평균 22.2점 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힘입어 재학생 때보다 재수한 뒤 더 높은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비율이 75.7%로 집계됐다.

 종로학원 하늘교육 오종운 평가이사는 “재수를 하면 성적이 고3 때보다 10점 이상, 등급으론 2.5등급 이상 오르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쉬운 수능 기조가 이어지고 의대 모집인원이 증가하면서 반수생까지 늘어나는 등 경쟁구도가 치열해지고 있어 이럴 때일수록 실수에 따른 위험비중을 낮추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재수생의 수능 성적이 높은 배경엔 학습 전략의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재학생은 수시와 정시에 모두 지원할 계획을 염두에 두고 내신성적과 비교과 활동까지 신경써야 하는 등 학습 비중이 학교생활기록부·수능시험·대학별고사로 분산된다. 반면에 재수생은 오로지 수능시험 준비에만 몰입할 수 있다.

 게다가 서울·수도권 소재 상위권 대학들은 수시모집 전형에서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므로 수능시험 점수가 높은 수험생이 수시와 정시에서 모두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는 점도 한 배경으로 꼽힌다. 수시와 정시의 모집 비중이 7대 3이지만 수능 성적 향상에 초점을 두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명찬 종로학원 평가연구소장은 “수시모집 비중이 커져 재수생도 수시 지원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겠지만 실패한 재수생을 보면 고3 때처럼 9월 수시 지원 뒤에도 수시 준비에 시간을 쏟은 경우가 적지 않다”며 “고교 내신은 결정된 요소이므로 고3 때 학생부종합전형 1단계 서류전형에서 떨어졌다면 재수할 땐 더 이상 기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재수생은 가급적 수능시험에만 전념할 것을 입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취약점을 보완하는 데 집중하라고 주문한다. 쉬운 수능 경향에선 한 문제가 등급을 가를 정도로 수험생 간의 성적 차가 매우 좁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렴풋한 문제는 물론 아는 문제라도 틀리지 않게 확실하게 다지는 공부를 해야 한다.

강북 청솔학원 박종수 진학지도실장은 “재수생은 고3 때를 잊고 필요하다면 봄까지 기초 개념과 원리부터 다시 다져야 한다”며 “고득점을 목표로 하는 상위권 수험생은 변별력과 가산점이 주효하게 작용하는 수학에 학습 비중을 둘 것”을 당부했다. 이어 그는 “재수생은 수능 성적의 반영 비율이 높은 대학과 전형을 선별해 전략을 짜야 한다”며 “목표를 둔 대학(전형)들의 반영 영역, 반영 비율, 반영 과목수, 가산점, 그리고 필수과목 지정 여부 등을 정리해 놓아라”고 덧붙였다.

심리적 안정 돕는 학습환경 찾아야

심리 조절도 재수생이 챙겨야 할 사항이다. 낙방 후유증, 주변 시선, 대학 신입생이 된 친구나 어려운 교재로 공부하는 경쟁자와의 비교의식 등이 모두 경계 대상이다. 이 같은 감정이 학습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집중력을 높이는 학습 환경부터 찾아야 한다.

심리적 안정과 외부의 규율이 필요하면 집에서 오가는 재수종합반을, 스스로 공부할 수 있지만 취약 과목의 보완이 필요하면 단과반을, 생활습관 통제가 필요하면 기숙학원을 고르는 식이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은 “재수는 일종의 심리전”이라며 “심리적인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목표의식을 강조했다. 유 소장은 “부모의 권유로 재수를 하면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며 “재수를 결심한 이유와 목표를 세워 스스로 추진력을 높이는 공부 마음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너무 높은 상위권만 바라보고 욕심을 부리기보단 자신감을 하나씩 채워나갈 수 있는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우라”고 덧붙였다.

박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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