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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토굴정진 하던 만현 스님 성우 스님이 TV 법회로 끌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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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우리 사회는 업장이 두터운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가난하다는 것이 꼭 어두운 사회를 뜻하지는 않는 법인데, 잘 산다고 하는 지금 우리 사회가 밝다고 할 수는 없죠. 스님, 우리는 이를 씻어줄 한 줄기 법문, 참다운 도인(道人)의 등장에 목 마릅니다."(성우 스님) "침체상태인 한국 불교는 먼저 철저한 자기 갱신부터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계율과 함께 올바른 생사관 정립이 시급합니다."(만현 스님)

7일 오전 11시 서울 봉천동 불교TV 회장 집무실. 'TV법회' 녹화차 서울을 찾은 춘천 현지사의 만현 스님과 성우 회장스님이 무릎을 맞댔다. 좌담은 불교TV의 10년 장수프로 'TV법회'가 9월부터 방영 중인 만현 스님의 1년 릴레이 법회가 큰 반응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방송사 측은 'TV법회'는 대개 100만 명이 봐왔는데, 특히 릴레이 법회의 시청자는 평소의 두 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성우 스님의 표정이 환하다.

"만현 스님의 릴레이 법회는 9월 첫 녹화 때부터 부산 등 지방에서 버스를 빌려 올라온 불자들로 방청석이 초만원입니다. 교수.의사 등 엘리트 불자도 상당수죠. 전에 없던 일이라서 저도 놀랍니다. 지난 6월 제가 춘천 현지사를 찾아가 '스님, 한국불교는 앞날이 없습니다. 태풍을 몰아쳐 주십시오"라고 부탁드렸고, 만현 스님이 어렵게 승낙해 주셨는데, 좋은 결과가 나타나고 있어 기쁩니다."

성우 스님은 지금 한국불교는 침체 상태라고 규정했다. 태풍이 대기순환을 돕듯 만현 스님의 대중 법문은 불교 갱신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거듭 표시했다.

만현 스님은 1970년대 총무원 포교부장, 불교신문 사장을 지낸 뒤 30년 가까이 모습을 감춰왔다. "모자란 공부를 더하려고" 토굴 정진 등 수행에 전념해 왔다. 예전의 법명(법성 스님)도 바꿔버렸다. 그 결실의 하나가 5월에 펴낸 '21세기 붓다의 메시지'다. 지금까지 3만 권이 팔리며 불교서적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성우 스님의 제의를 받고, 지금 내가 세상에 나갈 시기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새로 마련된 법상(法床)에서 던지는 제 법문의 핵심은 올바른 수행관과 생사관의 정립입니다. 화두 타파.견성(見性)은 수행의 첫걸음에 불과한데도 막상 그 뒤에 공부를 게을리하고, 계율을 무시하는 태도는 큰 일입니다. 마음이 즐거우면 그 자리가 곧 극락이라면서 '법화경' 등 경전에 엄연히 언급된 지옥.극락도 무시하는 짧은 인식 때문에 생사관도 흔들립니다."

만현 스님은 지금의 한국불교는 불교의 본래 세계가 아닌 '마음 종교(心敎)' 정도로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선종.교종.밀교가 축소일변도로 뒤섞인 현재의 통(通)불교를 전통인 양 고수하는 것도 문제라고 일갈했다.

"동양철학자 도올 김용옥씨가 지옥과 극락은 없다는 발언을 하면서 불교를 능멸해도 누구 하나 나서지 않습니다. 그것이야말로 구업(口業)의 극치 아니던가요. 이런 상황을 멍하니 보고 있는 불교계가 답답합니다. TV법회에서 이런 점을 차례로 바로잡으려고 합니다."

성우 스님이 고개를 연방 끄덕였다. 한국 조계종의 대표적인 율사(律師)로 꼽히는 성우 스님은 "TV법회는 올해로 10년을 맞는데, 그동안 석주.서암.성철.혜암 큰스님 등의 법문이 차례로 소개됐다"고 말했다. 만현 스님 릴레이 법회는 내년 8월까지 계속된다. 달마다 법문이 바뀌며, 매달 첫주 화요일에 새 내용이 선보인다.

글=조우석 문화전문기자<wowow@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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