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삼보다 깻잎 … 금산, 20억장 팔아 459억 벌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깻잎으로 연간 3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김향순(59·왼쪽)씨가 아들 박규성(33)·며느리 최상미(28)씨와 함께 깻잎을 수확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인삼의 고장’이라는 충남 금산이 이젠 ‘깻잎의 고장’이 됐다. 깻잎 생산액이 이미 인삼을 넘어섰다. 전국에서 유통되는 깻잎의 42%가 금산에서 생산되고 있다. 깻잎 농사를 지어 연간 1억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농가만 40여 가구에 이른다.

 금산군의 지난해 깻잎 생산액은 459억원이다. 304억원인 인삼보다 50% 이상 많다. 도매가 기준 한 장에 20원 하는 깻잎을 지난해 약 20억 장 팔아 올린 결과다. 박동철 금산군수가 ”그야말로 티끌 모아 태산을 이룬 격“이라고 말할 정도다.

 깻잎이 금산의 1위 작물이 된 것은 2010년. 인삼은 매년 300억원을 살짝 웃도는 수준에서 제자리걸음하는 반면, 깻잎 생산은 쑥쑥 늘어 2010년 328억원을 기록했다. 그 뒤로도 매년 생산액이 연평균 10%가량씩 늘었다. 깻잎 농사를 짓는 농가 역시 2010년 2177가구에서 지난해 2610가구로 증가했다.

 깻잎 생산이 늘어나는 이유는 “향이 좋다”는 평가 때문에 소비가 늘어서다. 길기주 금산군 깻잎원예팀장은 “산악 지역이 많은 금산은 대전 등 인근에 비해 일교차가 2~3도 더 크다”며 “이게 금산 깻잎의 품질을 높여 준다”고 말했다. 민병훈 배재대 원예조경학부 교수는 “일교차가 크면 과일은 당도가 높아지고 깻잎 같은 작물은 고유의 향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깻잎 농사에는 귀농인들도 가세했다. 깻잎 재배 농가의 30% 정도가 귀농인이다. 서울에서 가전제품 대리점을 하다 7년 전 고향에 내려온 김필재(52·금산군 추부면)씨는 지난해 깻잎을 팔아 1억1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는 “연중 재배가 가능해 안정적인 소득원이 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깻잎 생산과 판매는 분업으로 이뤄진다. 농가가 생산을 하면 농협이 수거해 포장한 뒤 서울 가락동농수산물시장과 대형마트에 파는 식이다. 농민은 판매금액의 1%를 농협에 수수료로 낸다.

 지난해 금산군에서 깻잎을 가장 많이 판 이는 추부면 장대리 김향순(59·여)씨다. 3억1000만원 매출을 올렸다. 김씨는 비닐하우스 14개 동 9240㎡에서 아들 박규성(33)씨, 며느리 최상미(28)와 함께 깻잎을 재배하고 있다. 임차료와 인건비·시설비 등을 제외한 순소득이 매출의 50%인 1억5000만원쯤이라고 한다.

 김씨는 대전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다 1992년 남편의 직장이 있는 금산으로 이사왔다. 그러곤 이웃 깻잎 농가의 권유로 농사를 시작했다. 집 주변의 노는 땅 660㎡의 땅에 깻잎을 심었다. 김씨는 이후 주변의 노는 땅을 빌려 깻잎 농사를 늘려갔다.

 아들 박씨도 7년 전부터 깻잎 농사를 거들고 있다. 박씨는 “인삼은 심고 나서 수확까지 적어도 4년을 기다려야 하는 반면 깻잎은 씨를 뿌린 지 45∼60일 지나면 딸 수 있어 금세 소득이 생긴다”며 “계속 대를 이어 깻잎 농사를 지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깻잎은 한 해 두 차례, 2∼3월과 8∼9월에 씨를 뿌린다. 들깨 한 그루에서 한 번에 깻잎 60여 장을 뜯을 수 있다. 여름에는 2~3일, 겨울에는 10~15일 간격으로 깻잎을 딴다.

금산=김방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