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 중소기업 손 잡으니 대박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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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차+밀폐용기 1주일새 1만개 팔려

전동스쿠터 업체 운송사와 물류 분업

율무차 등 분말 전통차를 생산하는 ㈜담터는 2003년 밀폐용기 '락앤락'을 만드는 하나코비와 손을 잡았다. 주부의 인기를 얻고 있는 가정용 밀폐용기에 1회용 스틱포장의 전통차 제품을 담기 위해서다.

담터는 23년 동안 전통차를 제조해왔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다.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고 락앤락 용기를 쓰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차를 밀폐용기에 넣으면 보존이 잘된다는 점에 착안했다. 지난해 4월 이 용기에 넣은 아이스티와 레몬차를 선보이자 시장의 반응이 좋았다. 판매 시작 1주일 만에 1만개 이상의 제품이 팔렸다.1회용 포장으로 팔때는 10개월 이상 걸렸던 판매량이다.

중소기업끼리 손을 잡아 활로를 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내는 월간지 '기업나라' 최신호는 협업을 통해 매출을 늘린 몇몇 중소기업을 소개했다. MP3플레이어 후발업체인 아이옵스는 고성능 중앙처리장치와 USB포트가 내장된 제품을 생산, 시장에 진입하는데 성공했지만 투자와 생산에 자금이 부족해 늘 애를 먹었다. 이때 막 MP3 개발에 나선 ㈜에스캠에 손을 내밀었다.

에스캠은 캠코더 등 디지털 기기 제조업체로 디지털 기기 관련 노하우와 자본은 있었지만 MP3플레이어 관련 기술은 부족했다. 아이옵스와 에스켐은 기술을 서로 공유했지만 제품은 따로 만들었다. 지난해 이 두 회사는 각각의 독자 모델로 1260억원과 150억원어치의 MP3플레이어를 팔았다.

다수의 업체가 힘을 모은 사례도 있다.

전기로 움직이는 차량을 개발.생산하는 글로벌모터스는 1월 서울우유에 400대의 배달용 차량 공급계약을 했다. 하지만 회사 규모가 작아 제조에서부터 공급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감당하기엔 힘이 부쳤다. 글로벌모터스는 전동스쿠터의 핵심기술인 전동.제어기기 부문의 연구개발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다른 회사들에 맡겼다. 충전기 개발은 ㈜동진 아이앤피, 차체는 대경공업에 의뢰했다. 구매업체에 제품을 배송하는 것은 전문 운송업체인 ㈜세림상운에 맡겼다. 김일환 글로벌모터스 대표는 "협업을 통해 매출이 16억원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 정책평가과 이상훈 과장은 "중소업체간 제휴를 정부가 중계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청이 9월 중소기업의 협력 형태를 조사한 결과 생산 제휴가 52.5%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판매 제휴(20.8%), 기술 제휴(16.9%) 순이다. 또 중소기업이 중소기업에 납품하는 비중이 60.0%를 차지해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납품하는 비중(15.2%)보다 훨씬 높았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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