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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 가족속에 제자리 못찾아 | 한국의 청년문화 유네스코 세미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한국청년문화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그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유네스코청년원은 최근 「한국의 청년과 청년문화」란 세미나를 갖고 한국청년의 좌표를 밝히려는 시도를 했다. 이 세미나에서 발표된 주제를 중심으로 오늘의 청년과 청년문화를 조명해 본다

<청년문화의 등장>
세계적으로 청년문화란 개념이 본격적로 등장한것은 각국에서 학생운동이 활발하던 60년대 후반부터다
처음에는 청년문화라고 하면 소비적이고 반문화적인 것으로 간주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청년문화라면 청바지 통기타 장발 히피스타일등 청년들의 유행문화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일부에서는 청년들의 반문화는 젊은이들에게 보다 예민하게 나타나는 현대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라고 보고 그 문화속에 기성문화를 개선하는 요소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윤병로교수(성균관대)와 이철위교수(유네스코청년원)는 『우리나라에서는 70년대에 다양한 청년문화의 가능성이 열렸다』며 『도시집중 현상과 대중매체(TV)등의 보급으로 통기타·청바지·생맥주등으로 표상되는 청년문화의 소비지향성및 인간소외에 대한 관심확대, 탈춤 판소리등 민속전통을 찾으려는 노력등 3가지 유형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청년문화의 현상>
김광억교수(서울대인류학과)와 유진교수(유네스코청년원)는 청년들에 대한 직접관찰과 면접을 통해 청년문화를 심층적으로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오늘날 청소년들은 전통적인 가족제도와 이념에 대해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청년들은 핵가족으로 단란하게 살거나 친족끼리 유대관계가 잘 지켜지는 것을 이상으로 삼고있으나 현재 자신이 속한 가정이 만족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고있다
가정에서 청소년들에게 권장되는 일이란 공부 열심히 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일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청소년들은 가정에서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고 방황하기 일쑤다. 한마디로 오늘의 가정은 한 경제권 밑에서 공동으로 생활을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공동체가 아닌 것이다. 청소년들은 어른과는 의논할수도 없고 아무런 실질적인 해결책을 주지못한다는 것을 알게돼 친구·선후배관계에 보다 비중을 두게된다.
이때문에 그들은 「효」에 대해서 적극 찬성은 하지만 「효」가 무엇인지를 파악하지 못해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청소년들은 또 기성세대를 전반적으로 원리원칙과 신뢰성이 없으며 남을 속이거나 약점을이용해 출세하려는 사람으로 본다. 한 재수생은 『어른들은 왜 자신이 속한 부조리는 고치려들지않고 다만 혼자서 분개하면서, 사회는 원래 그런것 이라며 공부나 하라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어른들의 언행불일치가 청소년들의 가치판단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것이다
한편 청소년들은 개인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공개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이상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를 성취하는 근본은 돈으로 보는, 상당히 물질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이 개인적 소망은 자신의 준비활동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고 미래의 성패는 각자의 능력과노력탓으로 돌린다. 즉 청소년들은 미래사회에 대해 주인공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할수 있다

<청년문화의 전망>
현재의 고도산업사회는 직업을 갖고 책임을 지고 결혼을 해 재자리를 찾기에는 많은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청년기가 옛날보다 길어지는 것이다
한림대 정범모 교수는 『보다긴 탐색과 사고의 청년기를 보낸 세대가 보다 성숙하고 현명한 세대가 될수도 있다』며 『젊은이들은 수용하고 관용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어른이 하는 일에 「학생인 주제에」 「공원인 주제에」하면서 청년들을 소외시키는 것은 세대간의 격차만 벌려놓는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청년문화에는 풍부한 경험과 비판사고의 기회가 주어져야한다. 그래야만 청년문화와 민족문화가 합쳐지게 된다고 세미나는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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