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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보호무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3년여의 장기침체를 겪어온 세계경제는 올 들어 겨우 회복세로 반전하고 인플레도 약간씩 진정되는 추세로 돌아섰다. 오랜 불황의 타격을 가장 심각하게 겪어온 개도국들로서는 이 같은 세계 경기의 반전이 매우 중요한 계기를 제공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2차 석유파동을 극복하는 과정의 이번 경기 회복은 지난75년 이후의 그 것과 판이하다는 사실이다. 1차 파동의 수습과정에서는 주요 선진국들이 거의 동시회복의 양상을 띠었고 그 회복력의 상승작용으로 6%이상의 실질성장을 이룰 만큼 탄력적이었다. 위기에 대처하는 탄력이 그만큼 강했고 선진공업국들의 일치된 보조와 오일머니의 원활한 환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이번의 경기회복은 70년대 후반기까지 폭발적으로 상승했던 인플레 압력과 각 국의 방만한 경제운용, 이기주의와 보호무역에 따른 국제적 협조체제의 붕괴 등으로 위기에 대응하는 탄력성이 현저하게 감퇴 된 가운데 이루어지고 있다. 이 같은 경기회복의 차이는 곧 이번 회복의 한계로 나타나 회복력도 연2∼3%로 처지고 동시회복이기보다는 차등회복이 일반적인 양상을 띠게 만들고 있다.
지난 3년여의 침체를 가중시켰던 선진공업국 등의 고금리는 그 동안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실질금리수준에 머물러 경기회복에 제동을 걸고 있다. 관심의 초점이 되어온 미국의 고금리는 여전한 재정적자와 국제정세의 불안정으로 인해 완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기정책의 제약요인이 되어온 각 국의 재정부안정도 개선의 전망이 희박하고 개도국들의 외채위기도 선후진국들의 성장노력에 쐐기를 박고 있다.
이런 여러 사정들은 곧 세계무역의 신장에 크나큰 장애가 되어 무역 신장률은 올해에 겨우 1%, 내년에도 4%에 그칠 전망이다.
무역신장을 수반하지 않는 세계 경기회복은 우리와 같은 수출주도형 개도국들에 가장 바람직하지 않다.
경기회복 국면에도 불구하고 각 국의 수입규제와 보호주의의 강화가 두드러지고 있는 현실도 이런 사정에서 비롯된다.
특히 우리의 관심을 모으는 대미무역은 수입개방 압력과 쿼터제에 의한 대한대인규제 강화의 양면 협공에 놓임으로써 중대한 시련기에 직면해 있다. 미국은 이미 우리의 컬러TV,철강제품에 덤핑 수출 예비판정을 내리는 중요한 제동을 걸어 놓은 데다, 수출주종인 석유제품마저 견제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산 소형컴퓨터, 카메라, 카피트 등 30여 품목의 수입개방과 20여 품목의 관세를 인하하도록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양면의 협공에서 우리는 미국의 무역정책이 점차 GATT정신에 입각한 일반적 자유무역 정신의 퇴조와 새로운 형태의 상호주의원칙의 대두를 보게된다.
우리의 최대무역상대국인 미국의 이 같은 정책변화는 상호보완적 산업구조와 무역패턴을 유지해온 양국관계에 크나큰 마찰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의 무역수지적자라는 국내적 요인을 이해할 수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상호주의란 무역 장벽과 보호주의 강화로 귀결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지나칠 수 없다.
미국의 무역적자 7백억 달러 규모에 비하면 대한무역은 거의 균형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영향이 크지 않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세계 제1의 선진 산업국이며 우리는 아직 개발도상국이라는 경제단계의 차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마치 헤비급 복서가 라이트급 복서를 견제하려는 비유와 같다.
양국 무역관계를 새로운 차원에서 재검토하여 호혜에 입각한 상호주의로 발전시킬 때가 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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