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미국인 변호사의 특별한 환갑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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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환갑 잔칫상을 챙기는 사람 찾기가 어려워진 지 오래다. 그러나 한국인도 아닌 미국인 변호사 티모시 오브라이언이 환갑을 챙긴 데는 사연이 있다.

그의 환갑은 32년 만에 다시 한국에서 생활한 뒤 처음 맞는 생일이다. 1973년까지 6년간 한국에 살면서 한국인과 결혼했고 이후 미국과 홍콩에서 살아왔다.

올 초 세종법무법인 변호사로 영입된 뒤 처음 맞는 생일을 특별하게 기념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가 계획한 것이 5일 서울 사간동 세계장신구박물관에서의 환갑잔치였다.

티모시 오브라이언·백봉현씨 부부(앞줄 오른쪽에서 셋째·넷째)와 회갑연 하객들. 김태성 기자

그는 이 자리에 전 농구 국가대표선수 박신자씨와 그의 남편인 미국인 스티브 브래드너 등 친분을 쌓아왔던 부부 10쌍을 초대했다. 이 중에는 북한에 여러 차례 식량을 지원하고 북한의 폐결핵어린이돕기 운동에 앞장서 온 유진 벨 재단의 이사장인 스티브 린튼도 포함됐다.

그는 초대장에 "선물은 필요없습니다. 다만 축의금을 전달해 주시면 전액 북한의 폐질환 어린이를 돕기 위한 성금으로 쓰겠습니다"라고 썼다.

이날 환갑잔치에서 250만원이 모였다. 그리고 자신이 나머지를 보태 1만 달러(약 1000만원)를 준비했다.

"얼마가 걷힐지 알 수 없었고 얼마를 가져 오라고 요구할 수는 더더욱 없지 않아요. 최소한 1만 달러는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마련한 1만 달러는 이날 린튼 이사장에게 전달됐다.

오브라이언은 "오랜 친구들과 생일 잔치를 하면서 뜻있는 일까지 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왕희수 기자 <goman@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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