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람 사람] "한국 마라톤 침체 길어져 걱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6일 서울 잠실~성남 구간에서 열린 2005중앙일보 서울마라톤 본부석에 반가운 얼굴이 오랜만에 모습을 나타냈다. 1950년 4월 제54회 보스톤마라톤에서 우승한 함기용(75)씨였다.

함씨는 보스톤 우승 이후 중소기업은행에서 10년 넘게 근무했고, 대한육상경기연맹 전무 겸 부회장을 12년간 역임했다. 지금은 육상연맹 고문으로,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는 육상계 원로다.

"후배들이 달리는 모습을 보기 위해 종합운동장을 찾았다"는 함씨는 마라톤계의 걱정부터 토해냈다.

"황영조가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한국 마라톤이 내리막길"이라며 "침체기가 너무 길어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작고한 정봉수(전 코오롱 감독)같은 지도자가 없어서 많이 아쉽다"고도 했다. 선수를 발굴해 길러내려면 정 감독과 같은 열정과 자기희생,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우리 마라톤계에는 그같은 사람이 적다는 질타였다.

선수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연습량이 많아야 좋은 성적이 나오는데 요즘 선수들은 힘든 훈련을 소화해 내지 못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다.

함씨의 보스톤마라톤 우승은 전 경기 종목을 통틀어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국제대회에서 나가서 따낸 첫번째 금메달이다.

48년 서윤복씨가 같은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미 군정 시절이라 가슴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달고 뛰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금메달을 딴 지 두 달 만에 한국전쟁이 일어나는 바람에 정부에서 기록 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훈장은 고사하고 그 흔한 감사장 하나 받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자신이 육상연맹 전무로 일하던 80~90년 대엔 "연맹 간부가 훈장을 신청하는 게 모양이 우스워 그만뒀는데, 인생을 정리할 나이에 이르고 보니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광고회사인 아산기획 회장을 맡고 있다.

신동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