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이완구 인준' 놓고 모든 일정 취소하고 '장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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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DB]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15일 아무런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장고’에 돌입했다. 16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과 관련된 대응 방안을 놓고서다.

문 대표는 이날로 예정했던 ‘설 민심’ 관련 간담회 등 당초 계획을 모두 취소하고 서울 구기동 자택에 머물며 본회의 처리 방안과 향후 대응방안 등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은혜 대변인은 이날 “전당대회 이후 단 하루도 쉬지 않아 이날은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면서도 “문 대표가 일단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의 흐름을 지켜본 뒤 이날 오후로 예정된 원내지도부의 회의 결과 등에 따라 이 후보자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새정치연합 내에선 국회 인준과 관련해 의견이 크게 나뉘어 있다. 우윤근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16일 본회의는 여야간의 합의사항인 만큼 표결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다. 반면, 강경파들이 포함된 당 지도부에선 “본회의 보이콧이 현명하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문 대표의 핵심 측근은 이날 “문 대표는 원내지도부의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론 보이콧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야 모두 충청 표심 등 당내 표결집을 자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표결에 임했다간 양측 모두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실제로 14일 광주를 방문해서도 “충청권 출신의 총리는 찬성한다”며 충청민심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여당이 여론조사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건 국민지지에 대해 자신이 없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라며 지난 13일 제시한 ‘여론조사를 통한 인준 결정안’을 번복하지 않았다.

문 대표측 관계자는 “문 대표가 이번 건에 대해 ‘가이드라인’으로 해석될만한 언급을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며 “16일 본회의 전 열리는 의원총회에서도 ‘국민의 여론이 좋지 않은데 여당의 강행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원론적 입장만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원내 지도부는 이날 오후 5시 비상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본회의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에 앞서, 당 소속 의원들 전원에게 “16일 본회의에서 ‘중요한 표결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양지하고, 지역일정과 해외출장 일정 모두를 조정해 10명 의원 전원이 반드시 본회의에 참석해달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돌렸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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