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건물에 적응? 건물이 사람에 맞춰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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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내가 예술가로 나서게 된 동기는 미술관에서 만난'만지지 마시오'로 표지판이에요. 난 속으로 생각했죠. 아니, 만지지 말라니, 이건 아니야. 그래서 난 누구나 만질 수 있고 즐거워질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미국 출신의 건축가 비토 아콘치(65.사진)는 첫 마디에'사람이 예술만큼, 아니 예술보다 중요하다'를 내세웠다. 20대에는 시인, 30대에는 행위예술가로 활동하다가 건축가가 된 그는 관객이 참여하는 가구와 집을 만들어 화제를 불러모았다.

제1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예술감독 이영철) 에 참여하기 위해 3일 한국에 온 "행동과 건축을 연결한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5일 막을 올려 12월 15일까지 작품을 설치하고 전시하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그는 안양 유원지 예술 공원 안에 주차장을 짓는다.

"내 건축의 목표는 사람이 적응해야 하는 건물이 아니라 건물이 사람을 맞춰주며 사람을 해방 시키는 공간이다. 건축물은 사람이 매 순간 행위를 벌이는 곳이다. 그 중요한 지점이 폐쇄 공간이 돼 감옥에 갇힌 느낌을 줘서는 안된다. "

비토 아콘치는 이른바 순수예술보다 사람들 일상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가 삶의 한 부분이 된 예술이 좋다고 했다. 아트(Art)는 명사지만 동사 아트(art)로 활용될 때 더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전통과 관습을 바꾸는 아트, 상식을 뒤집는 아트, 전혀 새로운 용도를 찾는 아트, 예술가 같은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도 아트라고 했다. 그는"예술의 미래는 이 동사 활용에 있다"고 말했다. 031-389-5541.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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