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각종 상여금 800% … 법원, 전부 통상임금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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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대중공업이 주던 각종 상여금 800%를 전부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거 3년치 연장근로·휴일 수당 등을 다시 계산해 근로자들에게 추가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2일 울산지법 제4민사부(이승엽 부장판사)가 내린 판결이다.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면 현대중공업은 근로자 2만6000여 명에게 총 6295억원을 줘야 한다.

 이날 판결은 정모(47)씨 등 현대중공업에서 20~30년 일한 근로자 10명이 2012년 12월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한 것이었다. 재판부는 일단 짝수 달에 100%씩 연간 600%를 지급하는 기간상여를 비롯해 연말에 100%를 주는 연간상여, 설과 추석에 50%씩 나오는 명절 상여 등 총 800% 상여금을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정기적으로 모든 근로자에게 별다른 조건 없이 지급된다”며 대법원의 판단 기준 세 가지인 정기·일률·고정성을 모두 충족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2개월 안에 33일 넘게 결근하거나 1년 중 112일 넘게 조퇴하면 상여금을 주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지만, 단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는 비현실적인 조항으로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소급액 역시 3년치를 전부 근로자들에게 주도록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생긴다면 소급해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소송을 낸 2012년 12월에는 경영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또 “최근 경영악화는 원화 강세와 중국 경쟁회사의 출현 등 때문으로, (소급액을 주지 않음으로써) 이를 원고들의 불이익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소급액 계산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최소 기준에 따르도록 한정했다. 연장근로·휴일 수당만 소급해 주고, 근로기준법상 지급 의무가 없는 격려금·성과금·하계휴가비는 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종래 계산한 금액이 근로기준법에 따른 최저한도에 못 미칠 때 그 차액만큼만 소급 지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원 판결대로라면 소송을 낸 근로자 10명은 1인당 720만원에서 3100만원까지를 소급금으로 받게 된다.

 현대중공업 측은 소급 지급 결정과 관련해 “2013년 대법원이 인정한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란 기준을 적용하지 않아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2014년도에 매출 52조5824억원, 영업 손실 3조2495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 감소했고, 영업 이익은 8020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바뀌었다.

울산=유명한 기자,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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