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안전시스템 부재가 106중 추돌사고 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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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짙은 안개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안전거리 미확보 등으로 인해 발생한 대형 교통사고다.” 지난 11일 오전 신공항고속도로 영종대교에서 일어난 106중 추돌사고에 대한 경찰의 중간조사 결과다. 1차 원인은 안개, 2차 원인은 운전자들의 안전거리 미확보라는 것이다. 최초의 사고는 승용차가 짙은 안개 구간으로 들어서며 속도를 확 줄인 반면 뒤따라오던 관광버스는 속도를 줄이지 않아 추돌하면서 생겼다.

 이 사고를 시작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추돌이 이뤄졌다. 심한 기상악화로 운행하던 차량들이 일부는 속도를 줄이고, 일부는 줄이지 않아 운행 속도의 리듬이 어긋나면서 2명이 숨지고, 73명이 부상당하고 차량 106대가 파손되는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운전자들의 안전불감증 문제도 지적된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시스템의 부재’다. 영종대교는 바다 위에 건설된 다리로 해무가 수시로 덮치는 곳이다. 짙은 안개는 눈이나 비보다 더 많은 교통사고를 유발하고 치사율도 3~4배 더 높은 치명적 기상 요소다. 이 다리는 차량 통행이 혼잡하지 않아 과속이 빈번하다. 치명적 기상 조건에 과속 조건까지 갖춘 도로라는 점에서 그동안 고속버스 추락 사고와 쓰레기차와 버스의 추돌 등 대형 사고가 자주 일어났다.

 이런 도로에 안전정보 시스템이라고는 일반 고속도로와 마찬가지로 가변정보 전광판이 전부였다. 전광판은 짙은 안개가 끼면 무용지물이 된다. 기상악화 예고, 기상악화 정도에 따른 속도 규제, 차량운행 통제 등 각종 안전시스템은 전무했다. 운전자의 운행지침 시스템도 없었다.

 도로교통법상 폭우·폭설·안개 등으로 가시거리가 100m 이내인 경우 최고 속도의 절반으로 감속운행 해야 한다는 규정은 있지만, 이번처럼 10m 정도일 땐 다른 지침이 있어야 한다. 운행지침도 없는 상황에서 운전자들이 제각각 속도를 조절하는 바람에 운행 흐름이 끊기면서 대형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우선 가시거리가 짧아진 도로에 대한 안전시스템과 운전자들에 대한 안전운전 지침부터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