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뻥튀기 세출예산과 엉터리 세수 추계가 빚은 세수 결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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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나라의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4 세입·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거둬들인 국세 수입은 모두 205조500억원으로 당초 예산에서 잡았던 세수(稅收) 전망치보다 10조9000억원이나 덜 걷혀 세수 결손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세수 결손은 2012년부터 내리 3년째 계속되고 있다.

 세금이 당초 예산보다 덜 걷힌 가장 큰 원인은 경제상황이 그만큼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내수부진이 맞물리면서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고, 가계도 소비를 줄인 탓이다. 그 바람에 법인세 세수가 예산보다 3조3000억원 줄었고, 부가가치세 세입도 1조4000억원이나 감소했다. 원화 가치 절상과 유가 하락으로 관세 수입도 예산보다 1조9000억원이나 줄었고, 증시 부진과 이자율 하락으로 증권거래세와 이자소득세 역시 각각 9000억원과 1조원이 예산보다 덜 걷혔다. 한마디로 정부가 걷겠다고 계획한 세금이 11조원 가까이 덜 들어온 것이다.

 지출예산에 비해 세금이 덜 걷히다 보니 당초 쓰기로 잡아놨던 사업예산을 제대로 집행하지도 못했다. 이런 식으로 쓸 돈이 모자라 지출하지 못한 불용예산이 17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러니 나라살림이 온전히 꾸려질 리 만무하다. 세출예산은 온갖 선심성 사업과 쪽지예산으로 부풀려 놓고 여기에 맞춰 억지로 세입예산을 짜맞춘 부실한 예산 편성이 빚은 참담한 결과다. 뻥튀기 세출예산에 엉터리 세수 추계가 합작해 나라살림을 거덜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올해 예산 역시 이런 구태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세수 전망치를 221조1000억원으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 예산상 계획치 216조5000억원보다 2.1% 늘어난 것이고, 실제 걷힌 세수 205조5000억원보다 7.6%나 많은 액수다. 정부는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 축소로 올해는 법인세 수입이 계획대로 들어올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세수 추계의 근거로 삼은 6%의 경상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당장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4%와 3.5%로 낮춰 잡은 데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에도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올해 역시 세수 결손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매년 계속되는 막대한 세수 결손을 피하자면 정부도 장밋빛 경제 전망 대신 보다 현실적인 세입예산을 짜는 게 급선무다. 경제가 살아나 계획만큼 세금이 잘 걷히면 좋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면 실상에 맞춰 세수 추계를 하는 게 먼저다. 세출예산의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엉터리 세수 추계의 근본 원인은 정치권의 뻥튀기 세출예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선심성 사업과 쪽지예산을 근절하는 것은 물론 불요불급한 지출예산을 대폭 줄이고, 복지 지출의 우선순위도 재조정해야 한다. 그런 다음 현실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