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문재인 대표는 진정 변화했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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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어제 발표한 주요 당직 인선을 보면 계파 갈등과 전당대회 후유증을 수습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우선 당 살림을 맡을 사무총장에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양승조 의원을 앉혔다. 정책위의장엔 광주 출신에다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강기정 의원을 임명했다. 앞서 대변인에 유은혜(김근태계) 의원을 임명한 데 이어 비노 진영의 김영록(박지원계) 의원을 수석 부대변인에 발탁했다.

 당 대표 경선 때 자신을 도왔던 의원들을 배제하는 대신 김근태·손학규·박지원계 등 각 계파를 고르게 안배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문 대표가 경선기간 내내 강조한 당내 화합과 국민 통합에 한 발 가까이 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대표 취임 첫날엔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해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과연 문 대표가 진정으로 달라졌는지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지도부가 보여 준 돌출 행동과 엇박자 탓이다. 이·박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때 최고위원 5명 전원이 불참했지만 문 대표는 이들을 설득하려는 노력도, 불참한 데 대한 자신의 입장이 뭔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심지어 정청래 최고위원이 박 전 대통령을 히틀러에 빗대며 문 대표의 참배를 비난한 데 대해선 자신의 묘역 참배도, 정 최고위원의 비판도 모두 “당을 살려내려는 취지”라는 아리송한 발언으로 피해 나갔다. 강경파의 비판에 정면으로 맞서지 못하는 허약한 모습을 보인 건 실망스럽다. 이런 리더십으로 어떻게 당을 혁신해 나갈지도 의문이다.

 또 국정원 댓글사건의 항소심에서 선거법 위반을 인정하자 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는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제1야당 대표가 할 말은 아니다. 더욱이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과 경쟁했던 문 대표가 해선 안 되는 신중치 못한 발언이었다. 더욱이 박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직이 유효한가”라는 발언이 최고위원 입에서 나왔는데도 이를 방조·묵인했다. 문 대표의 리더십과 진정성을 의심받게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