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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법관 윤리 저버린 현직 부장판사의 막말 댓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수원지법의 이모 부장판사가 인터넷에 익명으로 막말을 사용해 댓글을 달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이 부장판사의 행위가 법관 윤리강령을 위반했는지를 조사 중이다. 그가 2008년부터 지금까지 7년 동안 게재한 댓글은 900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댓글의 상당수가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정치적으로 편향성을 띠고 있어 문제가 됐다. 그는 4개의 서로 다른 아이디와 닉네임을 사용해 자신이 재판 중이었던 사건은 물론 법원·검찰·정치 관련 사건 등에 의견을 달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투신의 제왕’이라고 했고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향해서는 ‘도끼로 XXX를 쪼개버려야 한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특정 지역 출신들을 향해 독설을 퍼붓는가 하면 군사정권 시절의 물고문과 전기고문 등을 옹호하는 댓글을 쓰기도 했다. 그의 신상이 드러나게 된 것은 막말 댓글을 놓고 한 네티즌과 말다툼을 벌이면서다. ‘사이버 수사’를 통해 이 부장판사의 실체를 파악하게 된 이 네티즌은 그의 댓글을 모아 언론사에 제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 부장판사가 익명으로 댓글을 달아온 점을 들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법조인이 아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적으로 단 댓글까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야말로 ‘억압적이고 독재적인 발상’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익명성에 기대어 막말 댓글을 단 것은 부장판사로서의 행위로는 부적절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시각이다. 법관윤리강령은 법관들에게 명예와 품위 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또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위를 못하도록 하고 혈연이나 지연 등을 이유로 편견이나 차별적인 행동을 금지하고 있다. 대법원은 최근 명동 사채왕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현직 판사가 구속되자 “문제 법관에 대해서는 소송 업무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의 행위도 재판의 공정성에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해당 법원은 그를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 대법원도 엄중하게 진상조사를 벌여 그 결과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