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첫 여성 고위공무원 … 직언 서슴지 않는 ‘똑순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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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국방부에 첫 여성 고위공무원이 탄생했다. 고위공무원이란 과거의 1~3급 대신 국장(3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을 중·하위직과 구분하기 위해 만든 용어로 행정자치부가 관리하는 ‘고위공무원단’에 포함된다. 국방부는 10일 행시 39회인 유균혜(43·사진) 부이사관을 국장으로 승진시켰다. 30여 명의 국방부 실·국장급 간부 가운데 여성 국장은 처음이다.

 유 국장은 1996년 행시출신 여성 사무관으론 1호로 국방부에 발을 들여놓았다. 자연히 그 이후 국방부에서 첫 여성 서기관, 첫 여성 부이사관 등의 기록을 세웠다. 기록의 인물이기도 해서지만 유 국장은 국방부 내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는 스타다. 부산 출신인 그에겐 별명도 많다. 맺고 끊기가 분명해서 ‘똑순이’, 적극적인 업무 스타일 때문에 ‘여장부’ 등으로 불린다.

 지난해 국방부 축구대회 땐 동료 여직원들을 모아 크레용팝의 ‘빠빠빠’에 맞춰 점핑춤을 추기도 했다. 유 국장은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하기 위해 크레용팝 복장까지 빌려 와 점심시간과 퇴근 후 틈틈이 안무를 익혔다”고 말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열 살이나 나이 많은 장군들에게 달려가 “군이 그카니까 안되죠”라며 돌직구를 날리기도 한다.

 19년 전 서울대를 졸업한 뒤 행시에 합격한 유 국장은 당초 통일부를 희망했 다. “90년대 중반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와 통일부의 중요성이 커져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국방부도 북한과 관련한 업무를 하는 곳인 데다 여성들이 기피하는 부서여서 오히려 도전해보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잘 된 선택이었다.”

 매번 처음이라는 기록을 쓰고 있지만 때론 그게 오히려 부담이 된다고도 했다.

 “처음이라는 타이틀이 좋을 때도 있지만 부담도 크다. 일에 몰두하다 보니 남편과 아이에게 늘 빚지고 있는 느낌이다. 특히 이전과 달리 국방부에 여성 사무관들이 많이 늘었는데 내가 손가락질을 받으면 후배들의 사기도 떨어지지 않을까해서 늘 조마조마하다.”

 유 국장은 9일부터 고위공무원 교육과정에 입문했다. 내년 초 국방부에 복귀한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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