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법인세, 낮춰야지 올리면 되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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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전경련 회장으로 재선임된 허창수 GS 회장이 10일 열린 총회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허창수(67)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10일 재선임 직후 첫 일성으로 법인세 인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근 법인세를 중심으로 불거진 ‘증세 논란’에서 주요 경제 단체장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 건 처음이다. 전경련은 삼성·현대차·LG 같은 주요 기업 580여개사가 회원으로 포진한 재계 단체의 맏형격이다.

 허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의 정기총회에서 회장으로 재선임된 뒤 기자들과 만나 “법인세를 낮춰야지, 올리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법인세율 인상과 관련한) 최종 결정은 정부가 하겠지만 세계적 추세가 (세율을) 낮추는 추세인데 대한민국만 올리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허 회장은 법인세 인상 반대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느냐는 질문에도 “당연히 계속 얘기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각국 사례와 함께 (법인세 인상 등이) 기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를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법인세율은 최고 22%로 책정돼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80년대 중반 이후 세계적으로 투자유치를 위한 법인세 인하 경쟁이 불 붙었다. 한국도 1986년 30%였던 세율을 꾸준히 낮춰왔다. 최근엔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08년에 25%의 세율을 지금의 22%로 내렸다.

 미국에선 이달 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선진국에서 가장 높은 35%의 법인세율을 28%로 낮추는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다만 미 정부는 법인세를 내리는 대신, 자본소득세를 올리고 기업의 해외소득에 새로 세금을 물려 복지 예산을 충당키로 했다. 일본도 37% 수준인 법인세율을 꾸준히 내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

 GS 회장이기도 한 허 회장은 이날 재선임되면서 ‘3연임’ 전경련 회장이 됐다. 그는 2011년 조석래 효성 회장을 이어 회장에 올랐고, 2013년 재추대됐다. 허 회장은 취임사에서 “경제주체들의 도전정신이 약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2년 임기 동안 미래 성장동력을 중점 발굴하고, 기업가 정신으로 새 산업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날 총회에선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회장단에 새로 선임됐다.

글=김준술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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