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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라 신드롬 … “국민 위해 전투 앞장서는 리더십 호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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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영화 ‘캡틴 아메리카’ 포스터를 패러디한 ‘캡틴 요르단’(사진 왼쪽). IS 규탄 집회에서 요르단 왕비가 살해된 조종사의 사진을 들고 있다. [인터넷 캡처, 암만 신화=뉴시스]
낙하산부대 훈련을 직접 지휘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가운데). [요르단 정부 페이스북]

“압둘라 국왕의 단호한 리더십을 국내 정치 지도자들이 본받아야 합니다.” 8일 한 인터넷 포털 커뮤니티에 오른 글이다. 이 글은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수백 건씩 급속히 확산됐다.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 ‘압둘라 열풍’이 불고 있다. ‘신드롬’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요르단 왕실이 자국 조종사 살해를 계기로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대규모 공습에 나선 게 계기가 됐다. 특히 압둘라 2세 이븐 알후세인(53) 요르단 국왕이 전투복 차림으로 직접 군을 진두 지휘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불이 당겨졌다.

 한 네티즌은 압둘라 국왕의 헬리콥터를 조종하는 모습과 전투복 차림으로 군을 지휘하는 사진을 모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진정한 국왕, 요르단 국민이 부럽다’고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압둘라 국왕의 나이·경력을 상세히 적은 게시물을 올리면서 “요르단은 군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왕이 국민을 위해 앞장서는데…. 대한민국과 너무 비교된다”고 했다.

 온라인상에는 할리우드 영화 ‘캡틴아메리카: 윈터솔져’ 포스터와 압둘라 국왕을 합성한 ‘캡틴 요르단’이라는 제목의 패러디물도 등장했다. 압둘라 국왕이 공수낙하 훈련을 직접 지휘하는 모습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도 수백 건씩 공유되고 있다. 대학생 김연주(21·여)씨는 “한 국가의 지도자라면 요르단 국왕처럼 (국가적 위기 때) 확실하게 나서는 게 맞다”며 “북한의 연평도 포격 때도 우리 지도자들은 사실상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압둘라 신드롬은 라니아 알압둘라(45) 왕비에 대한 관심도 끌어올렸다. 네티즌들은 IS에 살해당한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의 아내를 만나는 왕비의 모습 등을 SNS를 통해 퍼 나르며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지도층이 모두 군 면제인 한국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중동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같은 보복의 전통이 있다”면서 “요르단은 권위주의적 군주제이기 때문에 오히려 보복을 하지 않을 때 군주가 정치적 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압둘라 국왕이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강한 모습을 보인 정치적 움직임에 국내 네티즌들이 호감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국내엔 군 면제를 받았거나 안보 이슈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지도자들이 많은데, 직접 군을 지휘하며 국방·안보를 챙기는 압둘라 국왕의 모습에 대중이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압둘라 국왕은 영국의 명문 사립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0년 영국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에 입교해 81년 영국 육군 소위로 군 생활을 시작했다. 특수전 교육을 이수하고 유격대원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국왕이 전쟁의 최일선까지 자국군을 독려하러 가는 행위가 주는 정치적 효과는 어마어마하다”며 “선동적인 측면이 있을지 모르지만 대중이 이에 열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정치·사회 리더들 중 군사·안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설령 정치·사회 리더들이 군 미필일지라도 안보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고 그에 대한 중요성을 국민과 공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승기·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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