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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득표작전 막판까지 치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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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벽두부터 긴장감>
○… 『투표에서 이기고 결과에서 졌다.』 12일 안보리를 취재하던 한 서방국 기자가 평한 말이다.
이날 하오3시30분 시작될 예정이던 안보리 이사회는 또 다시 1시간15분이 늦은 하오4시45분(한국시간 13일상오5시45분)에 가이아나의 「싱클레어」의장의 개회 선언으로 개막, 회의 벽두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회의장은 초만원>
○…좁은 회의장은 개최전부터 4백여명의 각국외교관들로 초만원인 가운데 그동안 회의장에 늦게 나타나던 소련의 「트로야노프스키」대표도 이날만은 일찌감치 나타나 각국 대표들과 부산히 접촉하고 있었다.
그동안 중공대표와 소련대표는 회의장에서 얼굴이 마주쳐도 서로 말을 건네지 않았음에도 「트로야노프스키」는 이날따라 중공대표단석의 뒤로가 중공대표에게 반갑다는 제스처를 써가면서 인사말을 나누어 투표를 앞둔 득표활동을 보여주기도 했다.

<쉴새없이 메모오가>
○…미국의 「진·커크패트리」대사는 회의중 메모지를 받고 두번이나 회의장 밖으로 나가 투표 마지막까지 득표작전을 폈다.
소련의 「트로야노프스키」대사는 특히 평소와는 달리 짐바브웨·몰타·요르단 대표들과 집중적으로 얼굴에 미소를 띤 로비활동을 벌였다.
「페레즈·데·케야르」유엔사무총장도 이날 안보리이사회에 특별히 배석, 회의진행과정을 지켜보았다.

<요르단이 반대발언>
○…개회가 선언되자마자 소련의 「트로야노프스키」대표는 발언권을 얻어 장장 40분간에 걸쳐 연설했다.
그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인명피해에 일단 유감의 뜻을 표시한 후 KAL기는 사전에 계획된 첩보활동을 했다고 지금까지의 억지주장을 되풀이했다.
투표에 들어가기에 앞서 「싱클레어」의장이 각국대표들에게 발언권을 주자 요르단의 대표가 『결의안의 몇가지가 요르단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발언, 그동안 요르단을 찬성표쪽으로 생각하고있던 미국의 「진·커크패트릭」대사를 놀라게했고 반대로 소련측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각국대표가 발언하는동안 미국수석대표와 소련수석대표자리에는 각종 메모가 쉴사이없이 날아들어 「진·커크패트릭」대사가 두번, 「트로야노프스키」가 한번씩 회의장소를 빠져나갔다.

<소, 중공발언 경청>
○…중공대표는 두번째로 발언권을 얻어 『영공을 침입했다고해서 민간항공기를 격추시키는 것은 있을수없는일』이라고 소련을 비난하고 그러나 중공은 특별한 설명없이 결의안에 기권한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미국대표단 석은 예상대로라는듯 비교적 담담한 표정을 지었으며 소련의 「트로야노프스키」대사는 중공대표의 발언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경청했다.

<한때 한국측에불리>
○…몰타대표가 세번째로 발언권을 얻어 짤막한 연설을 통해 결의안 지지를 선언하자 소련대표단 석은 또한번 술렁였다.
「싱클레어」의장도 가이아나를 대표해 미리 기권을 선언하자 프랑스와 몰타를 제외한 중공과 가이아나가 기권, 요르단이 알쏭달쏭한 태도를 보여 분위기는 일순에 한국측에 불리한 쪽으로 기울어지는듯했다.

<요르단손들자 안도>
○…이날 동서양진영의 로비활동에서 가장 관심을 끈 국가는 자이레로 수석대표는 회의장에 아예 자리에 앉아있지도 않고 밖에 나가 있다가 거수투표가 실시되기 직전에 회의장에 돌아왔다.
「싱클레어」의장은 하오6시25분쯤 돌연 거수표결을 선언, 먼저 찬성국가는 손을 들라고 하자 각국 대표단 보좌관들은 일제히 일어나 수를 세기 시작, 특히 모호한 발언을 한 요르단 대표가 손을들자 미국대표단석은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했다.
「싱클레어」의장은 다음반대국가는 거수하라고 말하자 소련과 폴란드만이 손을 들어 2표로 굳어졌으며 나머지 4개국은 기권을 선언해 찬성 9표, 반대 2표, 기권4표로 기록됐다.
이날 각국 대표들이 놀란 것은 거수투표 직전까지 요르단표의 행방을 짐작하기 어려웠던점.

<보도진들 경쟁치열>
○…이날따라 회의를 취재하는 외국기자들은 1백여명이상이 몰려 불꽃튀는듯한 득표막후교섭 과정을 지켜보며 취재에 열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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