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물 수석 찾기 러시|수몰앞둔 「명석의 고장」충주댐 하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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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끝물」수석을 캔다. 수몰직전의 충주댐 하류에 요즘 수석을 캐는 애석가들이 크게 몰리고 있다. 그동안 자연훼손을 막기위해 공식적으로 허가가 나지 않았던 이곳에 지난해11월부터 채석이 허용되자 물에 잠겨버릴 수석보고에 휴일이면 탐석꾼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전국에서 석질이 가장 우수하기로 알려진 이곳에 모여드는 애석가들은 개인끼리 오는경우보다 관광버스나 봉고를 몰고오는 서울·부산등지의 동호인모임들이 태반이다. 요즘 휴일이면 하루 1천여명 가량의 낚시꾼이 월척을 노리듯 마지막 명석을 찾기 위해 이곳 남한강강변의 돌밭을 누빈다.
좋은 수석이 많기로 이름난 곳은 충북제원군한수면·청풍면일대의 한수·서창·양평·청풍·도하리·괴곡·목벌·포탄 등 모두 내년 말이면 모두 물에 잠기게 될 지역.
충주댐은 85년말 완공될 예정이며 댐 건설로 일대의 2천3만8천평 가량이 수몰된다.
이곳의 탐석행은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다. 상오5∼6시에 동호인끼리 어울려 대절한 관광버스와 봉고가 출발하고 서울역 광장과 마장동 시외버스 터미널에는 수백명의 수석인들이 개인 또는 단체로 이곳「돌」산지를 찾아나선다.
전문가인「돌사람」도 있고 아마추어수준의「돌장이」에 초보자인「돌꾼」까지 모두 명석의 꿈에 부풀어있는 것이다.
차림새는 대부분 등산복이지만 짊어진 배낭속은 간단한 탐석도구와 식사를 위한 것이 전부다. 탐석도구는 쇠꼬챙이와 호미·수경과 캐낸 돌을 운반하기 위한 가벼운 차림이다.
서울에서 넉넉잡고 3시간 정도면 충주시내에 도착하고 이곳에서 동편으로 다시 1시간 가량 달리면 속칭「마지막 고개」를 넘어 남한강의 긴 강줄기와 돌밭이 나타난다.
강변에는 무성한 갈대숲이 있고 돌담에 너와지붕을한 시골마을들이 주위에 듬성듬성 모여있다. 한사람당 6백원을 받는 나룻배로 강을 건너면 일대에 무진장한 자갈밭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작년 채석허가가 당국으로부터 나자 한때 이 일대에 채석업자들이 트랙터로 자갈밭을 일구고 탐석인들로부터 입장료를 받은적도 있었다. 지금은 이 같은 입장료는 그간 수석인들의 큰 반발로 없어졌으나 아직도 한 두군데에서는 그대로「봉이김선달」식의 입장료를 받는곳도 있다.
「돌중의 돌」을 찾는 작업은 자못 진지하다. 한손에 호미를 쥔채 묵묵히 자갈밭을 거닐며 조그마한 돌뿌리라도 지나치지 않는다. 일단 돌을 고른 후에는 형과질·색감을 조용히 완상하며 마음에 드는 것을 취한다. 개중에는 수경으로 물속을 들여다보며 강물속에 감춰진 명석을 찾아내기도 한다.
수석으로 인정받을 만한 돌은 그야말로「보물찾기」끝에 발견된다. 어떤 것이 수석이냐 하는 것은 딱 집어 말할 수 없으나 많은 애석가들은『결국 취미이므로 자신의 마음에 들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예부터 명산의 모습을 갖춘 산수경석, ,선이 아름다운 조형석, 빛깔이 아름다운 미석, 개·고양이등 물체모양을 닮은 물형석, 돌에 꽃모양이 새겨진 화문석등을 수석으로 손꼽고 있다.
색깔로는 검은 것, 모양으로는 깨진 자국이 없는것, 그리고 석질이 단단한 것을 기본조건으로 한다. 검은 돌을 오석(먹돌)이라하며 한수·서창·양평은 전국에서도 가장 질이 좋은 오석이 많기로 유명하다. 청풍·도하리는 초컬리트색을 띤 돌이 있고 계곡에는 파르스름한 빛을 띠는 청석이 특히 알려져 있다.
하오4시쯤이면 탐석은 끝나고 제각기 찾아낸 것들을 모아 품평회를 연다. 보통 한사람당1∼3개씩 고른 것들을 모아놓고 서로의 감상을 얘기함으로써 다시 한번 재음미한다. 하오4∼5시쯤이면 충주∼단양간의 국도는 탐석을 끝내고 돌아가는 차량으로 줄을 잇는다.
최근 여가생활이 다양해지면서 수석인구도 늘어 줄잡아 40만명정도로 보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한번이상은 충주의 남한강을 찾아 돌을 캐갔으므로 그 양도 엄청나리라고 본다.
전국의 수석산지는 경남고성의 배둔천, 밀양·옥천·전곡·단양·영월·점촌·흑산도, 양평의 양수이등이 있으나 자연석 채취허가가 정식으로 내려진 곳은 이곳 밖에 없다. 이일대에 자연석 채취가 허용된 것은 그동안 아까운 돌들이 물에 잠기는 것을 안타까와한 수석애호가들의 진정에 의한 것. 지하1m까지 파거나 수중채취도 물론허가가 나있다. <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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