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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특보’ 이명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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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박근혜 대통령의 특보단이 주초 서울 창성동 정부청사 별관 5층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특이한 건 신성호(59) 홍보·임종인(59) 안보·김성우(56) 사회문화 특보 등 다른 세 명의 특보에 비해 이명재(72·사진) 민정특보가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특보단이 사용하는 공간은 두 개의 사무실이다. 그중 큰 사무실을 세 명이 나눠 쓰고, 나머지 작은 사무실을 이 특보가 혼자 쓰고 있다고 한다. 비서도 두 명인데 그중 한 명이 세 특보를 보좌하고 있으며, 다른 한 명은 이 특보만 보좌하는 형태라고 한다.

작은 공간에 여러 명의 특보가 근무하다 보니 생긴 현상이라고 하지만 청와대가 다른 특보들에 비해 나이가 많고 검찰총장 출신인 이 특보를 예우하는 건 분명하다. 처음 특보직을 제안할 때도 이 특보에겐 박 대통령이 직접, 나머지 세 명에겐 김기춘 비서실장이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이 특보는 지난 2일 박 대통령의 63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청와대 관저 오찬 때도 다른 대접을 받았다. 김 실장이 건배를 제의한 데 이어 특보단을 대표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는 덕담을 했다. 정무특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 특보가 ‘왕특보’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일각에선 이 특보가 언젠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특수통 출신으로 검찰총장을 지낸 그는 ‘무보수 명예직’인 특보의 경우 겸직에 아무런 제한이 없는데도 지난달 23일 발탁되자마자 스스로 대형 로펌의 고문직을 그만뒀다. 검찰총장으로 첫 출근하던 날 ‘언제든 옷을 벗을 수 있다’는 각오로 가방 하나만 들고 나타났던 일화와 겹치면서 청와대 내에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고 한다.

 한편 청와대 후속 개편과 개각은 당초 예상보다 더 늦어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후속 인사가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2일) 때문에 늦어진 만큼 이왕이면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에 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총리로 취임한 뒤 임명제청을 하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겠느냐”며 총리 인준 이후로 인사가 미뤄질 가능성을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에서 인사 문제와 관련, 당·청 간 소통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이 후보자를 통해 당내 의견을 일부 수렴하는 형식이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회는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12일 처리할 예정이다. 후속 인선이 늦어지면서 개각 폭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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