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전시실에 감시카메라도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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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공주박물관 국보급 문화재 강탈사건은 우리의 문화재 관리상태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보 14점.보물 4점 등 유물 1천7백여점이 전시된 국립박물관 전시실에 강도가 침입했으나 범행 현장인 1층 전시실에는 폐쇄회로 TV(CCTV)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

2층 전시실에는 4대의 CCTV가 설치됐지만 낮시간 대에만 가동된다고 했다. 방범 취약시간인 야간의 보안체계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다.

범행 당시 박물관 내 현관과 2층 계단 입구 등에 설치된 6대의 적외선 감지기가 모두 꺼져 있었음이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당직자가 순찰할 때 경보음이 울리는 것을 막기 위해 꺼놓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야간엔 반드시 감지기를 작동하도록 돼 있는 근무수칙을 어긴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등 일부 박물관에서는 중요 전시유물에 도난방지 센서를 설치해 놓았지만 공주박물관에는 이 같은 보안장치가 없다.

당직 근무 기강도 문제다. 혼자서 야간에 숙직 근무를 하면서 출입문조차 잠그지 않았기 때문이다.

곽동석 공주박물관장은 "내년 1월 공주시 웅진동에 신축 중인 건물로 이전키로 돼있다"면서 "이전 작업에 신경을 쓰느라 1층 전시실 등의 관리에 소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허술한 문화재관리 규정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행 문화재보호법(16조 등)에 따르면 "문화재는 관리기관(박물관)이 책임지고 관리한다"라고만 돼있을 뿐 방호시설이나 근무인력 등 구체적인 보안규정이 없다.

문화재청 문화재기획과 유재걸씨는 "박물관별 방호규칙 등이 법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문화재 관리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경찰은 범인들이 1백70~1백72㎝의 키에 경상도 말투를 썼다는 당직 근무자 朴씨의 진술에 따라 이들의 몽타주를 작성해 전국에 배포했다.

범인과 문화재에 대해 2천만원의 현상금과 보상금도 내걸었다. 경찰은 범인들이 사전에 현장을 답사했을 것으로 보고 2층 전시실에 설치된 CCTV 녹화테이프 10개를 확보, 朴씨와 함께 용의자 추적 작업을 하고 있다.

경찰은 또 강탈당한 유물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에 대비, 전국 공항과 항만 세관에 피해 유물들의 사진 등을 보냈다.

공주=조한필 기자, 홍수현 기자

*** 작품성 뛰어난 백제佛 해외전시에 단골 출품

◆금동관음보살입상=백제 금동 불상 중에서도 작품성과 보존상태가 뛰어나 해외전시에 곧잘 출품되는 문화재다.

높이 25㎝. 7세기 전반 작품으로는 드물게 얼굴 표정, 층단식 옷주름 등 세부 묘사까지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이화여대 강우방(미술사학과) 교수는 "금동관음보살입상은 수나라 양식의 영향이 남아 있으며 미술사적 연구 자료로도 귀중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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