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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파트 옹벽 붕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준공 후 정밀 안전점검을 한 번도 받지 않은 아파트 옹벽이 무너져 차량 24대가 파손되고 입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5일 오전 3시49분쯤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 대화아파트 뒷편 옹벽 30m가 무너져 콘크리트와 토사 1000t가량이 쏟아졌다. 이 사고로 아파트 주변에 세워져 있던 차량 16대가 파손되고 차량 8대와 오토바이 2대가 매몰됐다. 다행히 사고가 난 시각이 주민들이 잠을 자던 새벽시간대여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소방당국은 사고 현장과 가까운 102·103동 입주민 165세대 495명을 긴급 대피시켰다. 이 아파트 단지에는 15층짜리 아파트 3개동에 315세대(1000여 명)가 입주해 있다. 무너진 옹벽은 1993년 9월 아파트 준공 당시 높이 15m, 길이 200m 크기로 설치됐다. 아파트 뒷편 야산을 절개해 90도에 가까운 수직 구조로 지어졌지만 재난취약시설 점검에서 B등급 판정을 받아 관리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다. B등급은 '위험성은 없으나 관리가 필요한 시설'로 매년 육안으로만 점검이 이뤄진다. 현재 광주에는 급경사지 관리 대상 121곳 중 77곳이 B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사고 위험성이 있는 C등급과 D등급은 44곳이다.

광주 남구청 관계자는 "금이 가거나 균열이 난 곳이 없어 지난해 3월 해빙기 안전점검 때 B등급 판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재용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지부장은 "건축규정상 높이 3m 이상 옹벽은 땅을 절개한 뒤 계단식으로 설치해야 하는 데 일체형 벽면으로 만들어 사고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시가 이날 실시한 1차 안전진단 결과 해당 옹벽이 추가로 붕괴될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오는 15일부터 실시할 예정이던 해빙기 재난취약지역 점검을 이날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옹벽과 축대·급경사지 등 사고 위험이 높은 시설들에 대한 정밀점검을 통해 상시 관리책임자를 지정할 방침이다.

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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