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완취안 "한국에 사드 배치 우려" 돌발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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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국방장관 회담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렸다. 회담에 앞서 진행된 환영의장 행사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가운데)이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오른쪽)으로부터 중국 측 참석 인사를 소개받고 있다. 이날 양측은 국방부 간 직통전화 설치를 위한 실무회의를 다음 주 서울에서 열기로 했다. [강정현 기자]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이 4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에 우려를 표명했다. 양측이 사전 조율한 의제에 없었던 갑작스러운 문제 제기였다. 한·중 국방장관 회담이 열린 건 2011년 이후 4년 만이며 서울에서 개최된 건 9년 만이다. 그런 자리에서 의제에 없던 문제를 꺼낸 건 중국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얼마나 민감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103분 동안 진행된 회담이 끝난 뒤 국방부 관계자가 내용을 브리핑하던 도중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중국의 우려 표명 사실이 공개됐다.

 - 중국이 사드를 거론하진 않았나.

 “한반도의 사드 배치에 우려를 표명했다. 한 장관은 ‘현재 미국의 (사드 배치) 결정도, 요청도, 한·미 간 협의도 없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했다.”

  - 사드 얘기는 회담 어느 대목에서 나왔나.

 “중간쯤이다. 창완취안 부장이 먼저 얘기를 꺼냈다. 코멘트는 (한 장관이) 외교 관례상 얘기하기 어렵다고 한다.”

 - 우리에게 물어보는 형식이었나.

 “중국 국방부장이 이야기하는 타이밍에 이것저것 사안을 언급한 거다.”

  -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문제는.

 “그런 얘기는 하지 않았다.”

  - 사드 문제가 나왔는데 미사일방어체계 얘기가 없었나.

 “….”

 - 무엇 때문에 우려를 표명한 건가.

 “공개 못한다. 우려를 표명하는 여러 표현이 있었다.”

 - 중국이 공식회담에서 우려를 표명한 건 처음인가.

 “그렇다.”

 국방부는 브리핑과 별도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한 장관이 북한이 도발할 경우 한국은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또 “한·중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및 안정에 관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회담에선 한·중 국방부 간 직통전화 설치 문제도 다뤄졌다. 이를 위해 양측은 다음 주 과장급을 대표로 하는 실무회의를 서울에서 열기로 했다. 양측은 또 지난해 437구의 중국군 유해 송환에 이어 추가로 발굴된 68구의 유해를 올해 3월 송환하기로 합의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 장관은 미국과의 포괄적 전략동맹 관계와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상호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간다는 정부의 입장을 강조했다”며 “창완취안 부장은 한·미동맹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한다는 데 암묵적으로 공감했다”고 전했다.

 2013년 3월 취임한 창완취안 부장은 북한에 앞서 한국을 찾았다. 국방장관 회담 후엔 청와대로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 통일 기반을 닦는 데 중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협력과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글=정용수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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