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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초교 반장 선거보다 못한 새정치연합 경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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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나흘 앞으로 다가온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저께 JTBC 토론에서 문재인·박지원 후보는 서로에게 ‘무능’ ‘비열’ ‘만행’ ‘저질’ 같은 막말들을 퍼부으며 막장 대결을 펼쳤다. 전대 닷새 전에 갑자기 여론조사 룰을 문제삼으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거쳐 원내대표와 대선 후보까지 지냈다는 후보들 수준이 이 모양이다.

 그동안 한 달 가까이 전국을 돌며 진행된 새정치연합 전대 유세에서 위기의 대한민국호를 살릴 과감한 전략이나 야당 정치인다운 도전의식은 찾을 수 없었다. 후보들의 입에서 쏟아진 말은 ‘경제’ ‘복지’ ‘개혁’ 대신 ‘친노’ ‘호남’ ‘패권’이었다.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당을 쪼개고 지역을 갈라 ‘당권’으로 포장된 공천권을 먹겠다는 생각만 난무한 것이다. 날로 팍팍해지는 생활고로 피눈물을 쏟는 국민들은 안중에 없다. 국회의원 130명을 거느린 제1야당의 대표를 뽑는 경선이 초등학교 반장 선거만도 못하다.

 이러니 버티기 인사, 연말정산 파동, 건보 개혁 백지화 등 정부의 실정이 거듭되는데도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20%대에 콘크리트처럼 달라붙어 움직일 줄 모른다. 대다수 국민은 대통령에게 등 돌린 사람들을 흡수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갈라파고스 야당의 전당대회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이런 당이 막장 경선으로 새 대표를 뽑은들 무엇하나. 특정 지역을 식민지 삼아 계파끼리 기득권 나눠먹기가 체질이 된 당의 근본을 뜯어고치지 않는 한 내년 총선 공천을 놓고 추악한 골육상쟁이 재연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새정치연합은 20%대로 추락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추락을 넘어 존망이 위협받는 수준에 몰린 건 바로 새정치연합이다. 국민들의 눈길이 왜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만 쏠리는지 땅을 치며 자성해도 모자란다. 이대로 가면 새정치연합은 집권이 영영 불가능한 불임(不妊) 정당으로 전락하거나 공중분해돼 각자도생(各自圖生)으로 국민의 선택을 애걸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