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 홈런, 뒤땅 칩샷 … 우즈, 왜 이러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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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우즈가 지난달 31일 피닉스오픈 2라운드 11번 홀에서 힘겹게 샷을 하고 있다. [AZ센트럴스포츠 페이스북]

‘자메이카의 봅슬레이팀처럼 관중으로부터 동정에 가득찬 응원을 받았다.’

 ‘경기 중 그와 함께 한 사람은 골프백을 멘 캐디가 아니라 죽음의 사신처럼 보였다.’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PGA 투어 피닉스오픈 2라운드에서의 타이거 우즈(40·미국)를 묘사한 기사 내용이다. 기사에 나온 섬뜩한 표현처럼 우즈의 부진은 심각하다.

 칩샷 실력이 주말 골퍼 수준이었다. 피닉스 오픈 첫 라운드에서 해설자는 “우즈의 칩샷은 프로 대회에 나올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2라운드에서 우즈와 한 조였던 조던 스피스(22·미국)는 “보기에 딱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우즈는 2라운드에서 자신의 역대 최악 스코어인 11오버파 82타를 치면서 꼴찌로 탈락했다.

 우즈가 칩샷 문제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초 열린 히로 월드 챔피언십에서다. 손쉬운 칩샷 상황에서 뒤땅을 최소 아홉 번 쳤다. 우즈는 “스윙 코치를 바꿔 새 스윙에 적응하는 과정이며 곧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태는 더 나빠졌다. 가장 어려운 로브웨지샷(공을 높이 띄워 세우는 샷)도 대장금이 젓가락질하듯 수월하게 했던 우즈는 피닉스오픈에서 칩샷을 할 때 웨지가 아니라 4번이나 7번 등 아이언 클럽을 써서 굴렸다. 그래도 그린에 제대로 올리지 못했다. 가능하면 퍼터를 썼고, 웨지를 꺼내면 번번이 뒤땅을 치는 샷이 나왔다. 벙커에서는 ‘홈런’을 쳤고, 뒤땅 샷이 반복되면서 그린 주위를 왔다갔다 하는 이른바 ‘온탕냉탕’도 나왔다.

 두 달 가까이 치료하지 못했다면 문제는 장기화 될 공산이 크다. 우즈 동료들은 그가 연습장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연습장에서 문제가 없던 샷들이 골프장에서 생긴다면 멘탈 문제, 즉 ‘입스(Yips)’라고 봐야 한다.

 칩샷 입스는 드라이버나 퍼터 입스처럼 심각한 병이다. 우즈는 “이것(칩샷 실수)과 싸우겠다”고 했지만 이른 시간 내에 좋아지리라고 보는 전문가는 드물다.

 이번 주 열리는 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에서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사들은 그의 우승 확률을 50대 1로 정했다. 1달러를 걸면 50달러를 준다는 말로 1996년 우즈의 프로 전향 이후 가장 큰 배당률이다. 우승 확률이 낮다는 말이다. 2009년 디 오픈 때는 배당률이 2대 1이었다. 미국 언론은 “최근 성적을 보면 50대 1도 과분하다. 도박회사들이 우즈의 과거에 너무 많은 존경심을 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즈가 계획과 달리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거나 기권할 가능성도 있다.

 우즈가 목표로 했던 메이저 최다승 기록(18승·잭 니클라우스) 경신도 가물가물해졌다. 메이저 통산 14승을 기록 중인 우즈는 4승만 추가하면 메이저 최다승 타이 기록을 세울 수 있다. 그러나 우즈는 2008년 US오픈 우승 이후 메이저 대회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스키 여왕으로 불리는 린지 본(미국)과 사귀고 있는 우즈는 지난달 본의 경기를 보기 위해 이탈리아의 스키장을 찾았다가 카메라맨과 부딪혀 앞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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