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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낀 학생"호칭에 여중생이 항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교직생활 17년을 돌아보면교육이 올해만큼「혁신기」를 맞은 해 없는 것같다 교복자율화다, 두발자율화다, 교실 개혁이다해서 획기적인 조치들이 쏟아졌다
교복자율화 시대의 한 부산물이라고 할까 학생들의 명찰 패용문제가 교육적인 면과 비경제적인면 사이에서 심심찮게 줄다리기를 하고있는 실정이지만,담임으로서 또는 수업현장에서 느끼는 한두가지 에피소드는 없지않다
얼마전 국어수업 시간일때였다
나는 오늘 배울과제를 제시하면서『먼저,국어공부의 첫시작은 읽기부터다. 누가한번읽어볼 사람?』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이구동성으로 많은 학생들이 일제히 손을 든다 이름표도 없으니 이름도 부를수 없고,누구를 지적할 것인가. 잠깐 망설이다가 마침 앞에서 세째줄두번째 학생이 안경을 끼고있었다 외관상 제일 알기쉽고 부르기 편리한대로『안경낀학생,너』이렇게 선뜻 호명아닌 호칭을 하자 웬걸 이건 또 천만뜻밖에도 안경낀 그 여학생은 매우 좋지않은 표정을 지으며『선생님,그렇게 부르면 제가 미안하찮아요』하지 않은가
처음에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다소 어리웅절하였지만 그학생의 속마음을 알아낼수있었다 그래서 즉시 『아니야,넌 지금 선생님의 그 부르는 말을 오해하고있어 선생님은 너에게 시력이 나쁜 학생이라는 열등감을 주기위해서 그렇게 부른것이 아니야.』 이렇게 위로의 말을 느닷없이 풀어놓지 않으면 안되었다.
비록 선생님의 말에 항변하고 나서는 듯해서 괘씸한 생각조차 들었지만, 악의없는 용기와 솔직 담박한 그 마음의 향기가 못내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구태의연한 교사위주의 수업에서 새시대, 새물결을 불러 일으키는 참신한 교실개혁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는 모티브라고 여겨져 한편 마음 흐뭇하게 받아들이지 않을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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