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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리나 델 페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멕시코의 수도 맥시코 시티 교외에 「콜리나 델 페로」라고 불리는 저택이 하나 있다. 영어로 「도그 힐」 (Dog Hill), 우리말로는 「견택」이라고나 할까.
요즘 멕시코에서 유행하는 속어인 모양인데, 실제로 개가 사는 저택은 아니다.
바로 그 「견택」의 주인공은 지난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호세·로페스·포르티요」.
이번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멕시코의 부패상을 보여주는 한 사례로 이 「견택」을 소개하고 있다.
「포르티요」는 1년전 그의 마지막 국정연설에서 『나는 부당한 재물을 만지지 않은 깨끗한 손을 갖고 이 자리를 물러갈 수 있고, 또 물러갈 것이다』고 호언했었다.
바로 그가 오늘 멕시코 시티 교외에 문제의 수백만 달러짜리 현란한 저택을 짓고 있다.
그는 재임 중 페소(멕시코화)위기와 싸우며 「견마지로」를 다하겠다고 장담했다. 그 말을 기억하는 멕시코 사람들은 그의 새로운 저택을 보고 「도그 힐」을 생각해낸 것이다.
그러나 「도그 힐」은 약과다. 멕시코 시티 경찰국장을 지낸 사람의 주택은 자그마치 3천만달러(2백40억원)짜리 궁전. 목욕탕시설이 온통 황금으로 되어 있다.
시장을 지낸 사람은 「도둑촌」쯤 되는 동네의 쩡쩡한 맨션에서 살고 있다.
부패는 군에도 번져, 장교들은 가령 무기계약을 둘러싸고 막대한 잇속을 사리고 있다. 사치스런 주택, 스포츠 카 모양의 미제자가용, 한대도 아니고 두 대씩이나 갖고 특권과 호화를 누리고 있다.
시선을 그 나라의 사회상으로 돌려보면 인플레가 80%, 실업률이 15%, 외채가 세계 제2위인 8백50억달러(지난해 8월엔 드디어 맥시코 정부에 의해 외채지불불능이 선언되었다).
게다가 입헌혁명당(PRI)이 1929년 이래 54년 동안이나 집권, 오늘의 정치는 긴장과 경직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한편에선 연고주의, 그러니까 배경있는 사람만이 득세하는 크로니즘(cronyism)이 만연하고 있다.
이것은 「무리의 정치」, 「방만의 경제」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웅변하는 하나의 교훈이다.
멕시코는 지난 80년 석유자원 하나만을 믿고 과장된 산업화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그 뒤를 따른 역오일쇼크는 이 계획을 뒷받침해 줄 수 없었다.
이런 좌절은 우선 젊은이들의 마음속에서 희망을 빼앗아 갔다. 어느 사회학자의 말이다. 국민들의 국경 탈출 현상도 이런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제2의 이란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오늘 「마드리드」 대통령이 「도덕회복」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물에 빠진 나라의 마지막 지푸라기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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