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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나는 소명 받은 대통령, 제목 어때” … 박재완 “소망교회 냄새가 납니다”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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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애증(愛憎)’을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사진)에 담아야 한다”고 참모들이 건의했으나 반대해 관련 내용이 회고록에서 빠졌다고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김 전 수석은 회고록과 함께 출간한 에피소드집 『오늘 대통령에게 깨졌다』에 “이명박-박근혜의 관계 설정에 따라 정치가 춤을 췄는데, 이를 담지 않으면 큰 줄기가 빠지는 것이라고 지적했으나 소용없었다”고 적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현직이 우선이다. 현직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도리”라거나 “그쪽(박 대통령)에서는 전혀 다르게 볼 수 있다”며 계속 반대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의 일부 내용이 전·현 정권 간 갈등의 소재가 되자 지난달 31일 참모들과의 오찬에서 “논쟁을 일으키자는 게 회고록 출간의 취지가 아니다. 논란이 될 발언은 유의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회고록의 제목을 뽑는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은 “나는 소명 받은 대통령이었다”는 아이디어를 냈지만 “소망교회 냄새가 난다”(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는 반대에 부딪쳐 뜻을 굽혔다는 내용도 에피소드집에 담겼다. 이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 직전 ‘전 재산 사회 기부’를 발표했을 땐 부인 김윤옥 여사가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에게 “저는 아들과 상의해 (신혼부부에게 돈을 준다고 공약한) 허경영 후보를 지지해야겠어요. 아들 장가는 어떻게 보냅니까”라고 농담했다는 대목도 있다.

 ◆문재인 “MB, 책임 전가”=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1일 이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밝힌 미국산 쇠고기 협상과 관련한 내용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를 월령 제한 없이 수입하기로 부시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면합의를 했다”는 새누리당 김종훈(전 통상교섭본부장) 의원의 발언을 소개하며 “타결을 약속해놓고 마무리 짓지 않고 퇴임하겠다니 가슴이 답답했다”고 적었다.

 이에 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노 전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국제수역사무국(OIE) 규정에 따라 합리적으로 쇠고기 시장을 개방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일본과 대만 같은 진도로 나가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참여정부가 끝날 때까지 일본은 20개월 미만, 대만은 살코기로 30개월 미만만 허용했는데 우리가 전 월령·전 부위를 수입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문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당선 직후 노 전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 두 차례 배석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이 전 대통령이 ‘쇠고기 수입 문제를 해결하고 물러나면 좋겠다’고 하자 노 전 대통령은 그런 식의 조건이 달려 있다고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전혀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건 촛불집회 등을 합리화하느라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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