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한판 햄버거 '고기겹빵'… 2000년 김정일 생산 지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북한에서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고기겹빵'의 원조는 어딜까. 해답은 맥도널드 같은 미국의 다국적 패스트푸드 체인의 햄버거에서 찾아야 할 듯하다. 평양방송은 북한판 햄버거인 고기겹빵의 등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접 결정사항이었다며 그 일화를 15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000년 9월 어느 날 노동당 중앙위원회의 한 간부를 호출했다. 평양방송은 "장군님(김 위원장)께서는 뜻밖에도 지금 세계적으로 이름이 있다고 하는 어느 한 빵 품종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나는 그 빵에 못지않은 고급 식빵과 감자튀기(튀김.프렌치프라이)를 우리식으로 생산해 대학생들과 대학 교원, 연구사들에게 공급할 결심"이라고 말한 뒤 "빵 생산을 위한 준비를 갖추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후 김 위원장은 고기겹빵 생산공장을 크게 건설하고 공장에 최신식 빵 설비를 갖추는 문제와 관련, '대담하고 통 크게 일을 벌이라'고 독려했다. 당시 경제간부들은 "언제나 철저한 실리를 보장할 것을 바라는 장군님께서 어찌하여 이 빵 문제만은 경제적 타산을 앞세우지 않고 그토록 내미시려는가"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평양방송은 김 위원장의 고기겹빵 공급 결심이 "저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주려는 후대(後代) 사랑"이라고 찬양했다.

북한은 이후 평양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대를 중심으로 고기겹빵을 보급했고, 최근에는 평양시내에 고기겹빵 판매점까지 등장했다.

정부 당국자는 21일 "CNN 등을 통해 외부 정보에 밝은 김 위원장이 맥도널드 햄버거에 대한 정보 등을 토대로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평양방송이 자본주의 상징인 미국의 특정 업체를 거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