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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기획·탐사 공모] 노인들 약물 과다복용 "하루 평균 4.5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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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왼쪽부터 권다희, 진현주, 이정민(4학년)

지난 2월 김모(65.충북 청주시) 노인은 혀가 뻣뻣해지고 숨을 쉴 수 없어 응급실로 실려갔다. 의사의 진단은 약물 과다복용. 코감기가 잘 낫지 않자 동네 의원에서 처방받은 시럽 500㎖를 통째로 마셔버린 게 화근이었다. 하루 권장량이 80㎖인 이 시럽의 주성분은 코데인. 마약 성분이라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취재팀이 60세 이상 노인 100여 명을 면담 조사한 결과 이들은 하루 평균 4.5 가지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 4명 중 1명은 7가지 이상을 복용하고 있었고, 하루에 10가지 이상을 먹는 노인도 7%였다.

하지만 약에 대한 지식은 낙제점이다. 자신이 먹는 약을 고혈압약.당뇨약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 노인은 절반(47%)에도 못 미쳤고, 부작용을 알고 있는 사람은 10명 중 1명도 안 됐다.

처방전을 무시하다 낭패 당하는 경우도 있다. 고혈압 약을 이틀 먹은 뒤 효과가 없다고 생각해 스스로 복용을 중단한 서모(73)노인의 경우가 대표적. 약을 끊고 나서 혈압이 150/100(정상 120/80)까지 올라가 병원 신세를 졌다. 또 "미국 사는 딸이 몸에 좋다고 부쳐줘 뭔지는 모르지만 먹는다"(최모 노인.75)거나 "감기 증상이 있을 때마다 남아있던 약을 꺼내 먹는다"(이모 노인.79)는 등 '제 멋대로 처방'이 많았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위나 간의 기능이 떨어져 약물 흡수는 잘 되지 않고 작용은 오래 간다는 것이다. 국군간호사관학교 유명란 (간호학과)교수는 "노인들은 신체 상태에 따라 약물의 종류와 복용량을 조절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이 약물 복용량과 투여 시간 등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는 '자명종'이나 '요일별 약통' '약물 달력'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약의 수가 많아질수록 한 번에 먹을 약을 한 봉지에 넣어 주는 1회분 포장도 권장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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