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600만 가구, 지역가입 건보료 연내 낮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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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개혁 중단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정부가 저소득층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만들어 올해 안에 시행키로 했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이 만든 개혁안 도입 보류 결정은 유지하면서도 부분적인 개선작업은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30일 “‘송파 세 모녀’와 같은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상반기 안에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60대 어머니와 30대 두 딸인 송파 세 모녀는 지난해 2월 서울 송파구 한 주택 지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매달 5만140원(장기요양보험료 3080원 포함)의 건보료를 냈다.

 송파 세 모녀는 지역건강보험 가입자였다. 소득이 전혀 없어 최저층인 ‘소득 500만원 이하’의 범주로 분류됐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전체 지역가입자 763만7506가구의 78.4%인 598만6489가구가 여기에 해당한다. 정부는 이들의 소득을 추정할 때 적용하는 성·연령(일종의 인두세)·재산·자동차와 연관된 기준을 조정키로 했다. 송파 세 모녀는 성·연령 건보료가 2만5280원, 전세금(3699만원, 월세를 전세로 환산)으로 추정한 소득 건보료가 9830원, 전세 건보료가 1만1950원이었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보험료에서 자동차 보유 때문에 부과되는 금액을 줄이기로 했다. 부과 대상에서 생업용 화물차나 15년 이상 된 노후차량을 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1t 화물차를 빼면 월 9000원 정도 건보료가 줄어든다. 또 전·월세 건보료를 계산할 때 기본공제액(500만원)을 올린다. 인두세성(성·연령) 건보료의 산정 점수도 낮출 계획이다. 이 기준을 바꾸려면 건강보험법 시행규칙을 개정해야 한다.

 이러한 정부 방침은 기획단이 제시한 방안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기획단은 종합소득 500만원 이하 지역가입자의 평가소득제도를 폐지하고 소득(소득자료)이 없거나 재산이 적은 가구는 일괄적으로 월 1만6996원(직장가입자 최저 보험료)의 정액 건보료를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따르면 송파 세 모녀처럼 소득이 없는 가정은 이 금액만 내면 된다. 복지부는 보도자료에서 “충분한 자료 분석 및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회적 논의와 공감을 얻은 뒤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다시 밝혔다. 기획단의 제안에 따른 전면적 개편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건보료를 안 내는 피부양자의 무임승차도 당분간 손대지 않을 계획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피부양자는 2054만5000명으로 2003년(1602만9000명)보다 28.2% 늘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건보 부과체계 개선작업 중단과 관련해 “건보료 문제는 백지화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논의하는 여러 가지 안이 있는데, 시뮬레이션도 했을 것이고 그것이 정확하게 예측대로 움직이는지 검증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에서 (2월 2일 원내대표 경선 뒤)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바뀌면 당정회의를 열어 종합적으로 논의해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신성식 선임기자,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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