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서버러스, 공룡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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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헤지펀드인 서버러스(Cerberus)자산운용이 잇따른 기업인수로 몸집을 급속히 키우고 있다. 서버러스가 인수한 기업의 매출액 합계는 이미 코카콜라.맥도널드 등을 앞질렀다. 단기 차익을 노리고 특정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일반적인 헤지펀드와 달리 서버러스는 문어발식 인수와 직접 경영을 표방해 헤지펀드 업계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3년 조흥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어 눈길을 끌었던 서버러스를 비즈니스 위크가 최근 집중 소개했다.

◆ 문어발식 인수로 재벌 반열에=서버러스는 1992년 미국 뉴욕에서 1000만 달러의 소규모 펀드로 출범했다.

초기에는 부실기업 채권에 투자하거나 소규모 기업 인수로 돈을 벌었다.

2003년 이후 공격적으로 기업 인수에 나서 불과 2년 만에 28개 기업을 사들여 장부 가치를 160억 달러로 늘렸다. 유통.백화점.부동산.의류.제지.의료.렌터카.원유탐사.방산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서버러스가 거느린 기업의 연간 매출액은 300억 달러로 코카콜라.맥도널드.시스코를 능가한다. 직원수도 10만6000명으로 석유 메이저인 엑손모빌보다 많다.

서버러스는 최근 미국의 식료품 체인인 앨벗슨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160억 달러에 달하는 큰 거래다.

또 모건스탠리의 20억 달러짜리 항공기 리스 사업 인수도 타진 중이다.

비즈니스 위크는 "단순한 헤지펀드가 아니라 대기업 집단과 같아졌다"고 평가했다.

◆ 독특한 경영기법 주목=홈페이지조차 꾸리지 않을 만큼 비밀주의를 고수해 온 서버러스가 주목받는 것은 독특한 투자와 경영 기법 때문이다.

통상 헤지펀드는 특정 기업의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인 뒤 단기간에 높은 차익을 남기고 발을 빼는 기법을 구사해 왔다.

그러나 서버러스펀드의 창립자인 스티븐 페인버그(45)는 단순히 차익을 남기는 주식거래보다는 직접 경영에 참여해 기업의 가치를 키우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페인버그는 80명의 투자전문가로 별동대를 구성한 뒤 이들을 전세계로 파견해 인수 대상 기업을 물색한다. 인수 후 이들 전문가는 경영진으로 파견돼 기업 운영을 책임진다.

페인버그는 매주 월요일 투자기업 책임자 회의를 주재해 계열사 간 협력을 강화하고 전략을 조율한다. 제너럴 일렉트릭(GE) 같은 대기업에선 흔하지만 헤지펀드 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연기금 등 값싼 투자자금을 끌어들이는 헤지펀드의 기법에다 일반 기업을 경영하는 고전적인 기법을 결합한 것이다.

이 같은 방식에 대해 부정적 시각도 없지 않다. 컬럼비아대학 경영대학원의 브루스 그린왈드 교수는 "헤지펀드가 여러 업종의 기업을 인수해 제대로 경영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칼라일그룹의 공동설립자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은 "페인버그가 헤지펀드 업계에 새 사업 모델을 세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투자 실패 사례도 있었지만 페인버그의 방식은 대체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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