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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사람과 산' 추천 7…늦기 전에 이곳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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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초 설악산에서 남하한 단풍은 이제 오대산.치악산.북한산.가야산.속리산.내장산에 이르기까지 전 국토에 걸쳐 불을 지피며 번져가고 있다.

절정기에 접어들었다. 하루가 다르게 남하하는 단풍은 이번 주말이면 설악산과 오대산은 이미 머리끝에서 지기 시작한다.

치악산.속리산.북한산은 곧 절정기에 돌입한다. 이달 말에는 주왕산과 지리산.가야산이 절정기를 맞는다.

내장산.한라산.계룡산의 경우는 11월 초, 해남의 두륜산이나 부산의 금정산 등은 11월 중순까지도 붉게 타오른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일교차가 크고 태풍 같은 자연 재해가 많지 않아 어느 해보다 선명한 단풍을 즐길 수 있다.

나뭇잎들이 제 몸을 태워 불을 지피며 일생을 마감하는 그 화려한 단풍을 만끽하자. 강윤성(월간 '사람과 산' 편집장)

북한산

수도권에 이만한 단풍 명산이 있을까. 주봉을 이루는 백운대는 양옆에 인수봉과 만경대를 거느리며 빼어난 자태와 위엄을 자랑한다. 온전히 화강암으로 이뤄진 이 삼각산을 중심으로 단풍이 펼쳐진다. 주홍치마를 뒤집어 쓴 듯 곱고, 온갖 화려하고 수려한 색동옷 입은 아이들이 모여 있는 듯 그 맵시는 여느 산에 비할 데가 아니다. 북한산은 서울 어디에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모든 길은 백운대로 통한다. 거대한 바위군을 둘러싼 그 화려하고 무성한 가을 단풍의 정취에 흠뻑 빠져보자. 서울시. 북한산국립공원 02-909-0497~8.

속리산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만산홍엽의 단풍이 화사한 햇빛을 머금고 다가오는 속리산 단풍. 속세(俗)를 떠나(籬) 산(山)으로 가는 관문 말티재를 넘어가면, 이 산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정2품송 벼슬을 가진 600년 된 노거수가 있으며, 초입에 자리한 법주사는 각종 국보와 문화재가 즐비하다.

세심정에서 세조가 약으로 알고 마셨다는 복천수가 있는 복천암을 지나면 단풍나무 잎이 터널을 이룬다. 천하제일의 전망대다운 조망이 일품인 문장대에서 신선대에 이르는 산세는 부드럽고 수려하며 단풍잎이 길을 덮는다. 금강골로 하산, 임경업 장군이 무예를 익혔다는 경업대에 서면 바위 덩어리들이 산세를 이룬다. 관음암 석문 입구에는 시뻘겋게 단풍이 드리우고 있다. 그리고 세심정이 지척이다. 충북 보은군. 속리산국립공원 043-542-5267~8.

백암산

'백학이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인 백학봉과 백양사를 중심으로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

단풍 제1의 명산인 내장산에 이웃한 호남 제2의 단풍명소다. 하얀 바위에서 이름을 따 백암산이라 하니 이와 어울린 색색의 단풍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아름드리 굴참나무가 늘어서 있는 백양사 가는 길은 단풍 산책로로 그만이다. 백양사에서 출발한 단풍 산행 길은 약수동 계곡을 타고 금강폭포.운문암을 거쳐 사자봉~상왕봉 능선에 올라 백학봉을 거친다. 원점회귀 산행하는 길에 활짝 핀 연꽃 모양의 학바위, 그리고 영험하다는 영천샘을 둘러보도록 한다. 전북 정읍시. 내장산 국립공원 063-538-7875~6.

지리산 피아골

산도 붉고(山紅), 물도 붉게(水紅) 비치며, 사람도 붉게 물든다(人紅)는 삼홍소(三紅沼)가 있는 피아골. 지리산의 단풍을 대표하며 '핏빛보다 붉다'하여 지리 10경 중 하나로 꼽힌다. 직전마을에서 선유교 거쳐 삼홍소에 이르는 길은 산도 물도, 지리에 든 사람마저 붉게 물들일 정도로 단풍길의 고전이다. 연주담과 삼홍소 등의 푸른 소와 커다란 바위들, 그리고 활엽수들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삼홍소에서 피아골 대피소에 오르면 노고단.임걸령 가는 길이 있다. 임걸령에 올라서면 지리산 단풍과 저 멀리 섬진강이 보인다.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피아골 단풍축제'가 열린다. 전남 구례군. 지리산 남부사무소 061-783-9100~2.

점봉산 흘림골

한계령에서 잠시 내려서는 것만으로도 기암절벽과 오색 찬연한 단풍의 어우러짐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흘림골이다.

지난해 9월 20년 만에 개방된 남설악 흘림골. 한낮에도 햇빛이 들지 않을 정도로 빽빽한 숲 아래는 수정처럼 맑은 계류가 흐르며, 암봉을 휘감아 도는 단풍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흘림골에 들어서면 '신혼여행의 필수코스'였다는 여성의 음부를 닮았다는 여심 폭포가 나오고, 발아래 설악을 거느린 흘림골 정상인 등선대에 올라섰다가 단풍이 곱기로 유명한 주전골로 내려서면 등선폭포.주전폭포.십이폭포.용소폭포가 연이어진다.용소폭포 직전에서 금강문으로 들어서면 선녀탕을 거쳐 만경대에 올라서거나 오색약수로도 갈 수 있다. 20년 동안 숨겨진 흘림골의 붉은 속살이 등산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강원도 인제.양양군. 설악산국립공원 033-636-7700.

쇠나드리

백두대간을 붉게 물들인 단풍나무 숲이 이곳에 펼쳐진다. 쇠나드리는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의 한 동네다. 가을이 되면 형형색색의 단풍과 억새로 완전히 변신을 한다. 백두대간을 병풍 삼은 이곳은 알려지지 않은 단풍나무 군락이 구룡령에서 조침령으로 이어진다. 10월 말께면 핏빛 단풍 능선이 대간 종주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진동리에서 쇠나드리로 올라 1115봉을 거쳐 진동리로 내려오는 코스가 백두대간 상의 단풍나무 군락지를 한껏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한적한 곳에서 여유 있는 시간을 가져봄 직하다. 이상곤 설피민국 033-463-4289, 설피산장 033-463-8153.

변산

천혜의 절경이 단풍과 어우러지는 변산. 이달 말이면 그 색다른 향연이 시작된다.

변산(503m)에는 내변산 12경, 외변산 12경, 해변산 12경이 있다. 변산의 경치를 한눈에 조망하고 바다와 호수, 그리고 산이 형형색색으로 물들어 어우러진 내변산과 외변산의 경치를 둘러볼 수 있는 코스는 남여치~쌍선봉~봉래구곡~재백이재~내소사다.

남여치 매표소에서 부안호가 한눈에 보이는 쌍선봉, 이른 아침 안개가 신비스러움을 자아내는 월명암, 봉래구곡까지 전망 좋은 바위길을 지난다. 직소천의 절경과 선녀탕.분옥담 등 봉래구곡의 계곡미가 느껴지는 곳이다. 왼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타면 관음봉.세봉을 지나 내소사로 내려설 수 있다.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국립공원 063-584-7807.

낭만 찾다가 감기 걸릴라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는 무엇일까. 가을이 되면 푸른 가을 하늘을 배경 삼는 나뭇잎은 차고 건조한 기후 때문에 잎에서 엽록소가 분해돼 사라짐으로써 울긋불긋 단풍이 든다. 이러한 단풍은 평지보다 산, 그러니까 기온의 일교차가 큰 곳 등에서 아름답고, 기온이 낮을수록 빨리 온다. 이맘때가 바로 환절기다. 한없이 좋은 날씨도 한순간에 변하기 쉽다. '가을비를 만나면 주저하지 말고 하산하라'는 이야기를 잊지 말아야 한다. 늦가을 산정은 이미 겨울 산이나 마찬가지다. 산행에 나서기에 앞서 늦가을 산행의 주의사항에 대해 알아두자. 우선 하산 시간에 맞춰 여유 있게 산행 계획을 짜도록 한다. 산행을 할 때는 너무 지치지 않도록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고, 체온 조절을 잘하도록 한다. 또 일교차와 날씨 변화에 대비해 고어텍스 같은 소재로 만든 방수·방풍 의류(비옷이라도 좋다)와 보온이 될 수 있는 다운이나 파일재킷을 준비하도록 한다. 보온병에 든 커피한 잔도 큰 힘이 된다. 점봉산 흘림골
쇠나드리 설악산 천불동 계곡.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 바로잡습니다

10월 21일자 week& 3면 사진은 '설악산 천불동 계곡'이 아니라 '신선봉에서 바라본 내설악' 풍경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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