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가 있는 아침 ] - 빵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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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빵집 - 이면우(1951~ )

빵집은 쉽게 빵과 집으로 나뉠 수 있다

큰길가 유리창에 두 뼘 도화지 붙고 거기 초록 크레파스로

아저씨 아줌마 형 누나님

우리 집 빵 사가세요

아빠 엄마 웃게요, 라고 쓰여진 걸

붉은 신호등에 멈춰 선 버스 속에서 읽었다 그래서

그 빵집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과

집 걱정하는 아이가 함께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자세를 반듯이 고쳐 앉았다

못 만나 봤지만, 삐뚤빼뚤하지만

마음으로 꾹꾹 눌러 쓴 아이를 떠올리며


어린아이의 마음이 아니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듯이 때때로 어린아이의 마음이 아니면 시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 빵이 안 팔려 우울해하는 엄마.아빠를 위해 초등학생 어린 아들이 써서 유리창에 붙인 이 시는 천사의 시다.

정호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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