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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교동은 폭풍前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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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동교동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나라종금 사건과 관련해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민주당 한광옥(韓光玉)최고위원이 구속된 데다 DJ의 장남 김홍일(金弘一)의원도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검찰이 金의원과 막역한 사이인 정학모(鄭學模)전 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을 먼저 소환한 것은 金의원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기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검찰이 알아서 수사할 뿐이며,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다"(朴範界 민정2비서관)고 강조한다. 하지만 동교동계에선 "민주당 해체와 신당 창당 등 정계 개편을 위한 포석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훈평(李訓平)의원은 "수사가 (동교동계를 향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도 이상하고, 노무현대통령이 없을 때 이런 일이 생기는 것도 석연찮다"며 "착잡하다"고 말했다.

박양수(朴洋洙)의원은 "동교동계의 수난 시대인데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며 "안타깝고 불쾌하다"고 했다. 설훈(薛勳)의원도 "마음이 무척 안좋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동교동계의 한 의원은 "김홍일 의원 수사는 결국 DJ를 겨냥한 것 아니냐"며 "현 정권이 '탈(脫)호남' 성격의 '노무현 신당'을 만들어 영남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의도에서 DJ정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동교동계를 죽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일 金의원이 구속되는 상황까지 전개될 경우 동교동계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며, DJ도 대응책을 모색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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