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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연말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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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Q 요즘 연말정산에 관한 보도가 많이 나옵니다. ‘13월의 월급’에서 ‘13월의 울화통’이 되었다고 하는데 무슨 의미인가요. 소득세는 소득이 높은 사람에게 많이 걷고, 소득이 낮은 사람에게 적게 걷으면 될 텐데 왜 이렇게 복잡한 건가요.

A 연말정산(年末精算)은 말 그대로 매해 말에 1년 동안 벌어들인 소득을 소득세법에 따라 정밀하게 계산한다는 뜻입니다. 이때 소득은 근로자가 회사와 고용관계를 맺고 받은 봉급을 대상으로 합니다. 월급쟁이 근로자는 지식을 쌓기 위해 학교에 다니기도 하고, 출·퇴근이나 영업을 하기 위해 교통비도 씁니다. 자녀를 키우면서 의료비나 교육비도 쓰지요. 노후 대비를 위해 연금저축을 납부하거나 사고·질병에 대비해 보장성보험에 들기도 하구요. 세금을 부과할 때는 이러한 비용을 빼줍니다.

 정부는 올해 걷게 될 세금을 바탕으로 나라의 살림을 꾸려야 하는데 각 봉급생활자가 비용을 얼마나 쓸지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과거에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일단 매월 세금을 임시로 매기게 됩니다. 대개는 소득과 부양가족에 따라 씀씀이가 비슷하다고 보고 임시로 세금을 정합니다. 이것이 매년 초에 기획재정부가 발표하는 간이세액표입니다.

돌려받는 돈이 많으면 ‘13월의 월급’

 기업에서는 이 간이세액표를 바탕으로 매월 직원의 세금을 뗍니다. 이를 ‘원천징수’라고 합니다. 간이세액표를 기준으로 먼저 떼 간 세금이 연말정산을 한 뒤 확정된 세금보다 많으면 그 차액만큼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13월의 월급’이라는 말은 원천징수를 많이 떼서 돌려받을 세금이 많을 때 추가로 받는 월급처럼 느껴진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입니다. 원천징수액이 실제 내야할 세금보다 적었다면 오히려 세금을 추가로 내야겠지요.

 ‘13월’은 연말정산이 보통 다음해 1~2월에 진행된 뒤 3월 말까지 환급되기 때문에 나온 표현입니다. 근로자들은 1월 초에 국세청·회사 등으로부터 근로소득과 공제받을 수 있는 비용 등 연말 정산 정보를 확인합니다. 이후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www.yesone.go.kr)를 통해 신용카드 사용내역과 의료비·교육비·기부금·보험료 등 각종 공제항목별 증명서류 발급받습니다. 과거에는 기관별로 증명서를 따로 뗐지만 이러한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국세청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해 한 번에 발급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만일 여기에 등록되지 않은 서류가 있다면 해당 기관을 통해 따로 발급받으면 됩니다. 이를 근거로 소득·세액공제 신고서 작성하고 증명서류를 첨부해 회사에 제출합니다. 이후 2월 중에 회사는 세액을 계산한 뒤 2월 분 월급을 줄 때 정산한 차액을 근로자에게 지급합니다.

 올해 연말정산이 ‘13월의 울화통’으로 불리는 것은 세법 개정으로 인해 돌려받는 세금이 줄거나 오히려 더 내야 하는 사례가 많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세금 내는 방식이 어떻게 바뀌었기에 이 난리냐고요? 정부는 우선 간이세액표를 개정하면서 ‘많이 걷고 많이 돌려주던’ 방식에서 ‘적게 걷고 적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원천징수를 적게 했기 때문에 돌려줄 세금도 적다는 얘기죠. 또 하나의 큰 변화는 공제방식이 바뀐 점입니다. 기존에는 소득액 가운데 일부 비용을 뺀 뒤 계산하는 소득공제가 원칙이었습니다. 올해부터는 연금저축·보험료·의료비·교육비·기부금·표준공제 등이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명칭만 봐서는 차이를 알기 어렵죠? ‘공제(控除)’라는 건 뭔가를 뺀다는 얘긴데 말 그대로 세금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소득’을 빼주느냐, 아니면 결과물로 나오는 ‘세금’을 빼주느냐의 차이예요. 전자가 소득공제, 후자가 세액공제입니다. 다시 말해서 소득공제는 총 급여에서 비용을 빼준 다음에 세율을 곱해 세금을 계산합니다. 반면 세액공제는 산출된 세액에서 세금 자체를 빼주는 방식입니다. 세액공제에서 얼마나 빼줄지는 각 항목마다 일정비율(12~15%)이 정해져 있습니다. 흔히 소득공제는 고소득층에 유리한 반면 세액공제는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간다고 합니다.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방식 전환

 왜 그럴까요. 이유를 알려면 과세표준이란 말과 누진세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과세표준은 총급여에서 각종 소득공제 항목을 제외한 것으로 세금을 매기는 기준입니다. 소득공제를 얼마를 받느냐에 따라 같은 월급을 받는 사람이라도 과표가 다릅니다. 현행 소득세법은 과표에 따라 다른 세율을 부담합니다.

과표가 1200만원 이하인 구간은 6%의 세율을 부담하지만 1200만원 초과 4600만원 이하 구간은 15%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가장 세율이 높은 것은 1억500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으로 38%입니다. 예를 들어 교육비 300만원을 소득공제를 받을 때 최고세율(38%)을 적용받는 고소득자는 과세표준이 300만원 줄어들면서 114만원(300만원×세율 38%)의 세금이 줄어듭니다. 반면 최저세율(6%)을 적용받는 사람은 300만원을 소득공제 받아도 절감되는 세금은 18만원(300만원 감소×세율 6%)에 그칩니다. 하지만 지난해 소득에 대해서는 교육비가 세액공제(공제율 15%)로 전환되면 소득에 상관없이 모두 45만원(300만원×15%)을 돌려받게 됩니다. 고소득자는 결과적으로 소득공제 때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되고, 저소득자는 덜 내게 되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와 같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 9300억원의 재원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주로 총연봉이 7000만원을 넘는 근로자 160만 명의 부담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정부는 대신 근로장려세제(EITC)와 자녀장려세제(CTC) 신설하는 등 저소득층 지원에 약 1조4000억원을 쓰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총급여가 7000만원을 넘지 않는데도 부양가족공제, 자녀의 교육비·의료비 공제 등을 적용받지 못하는 미혼이나 자녀 관련 공제가 줄어드는 다자녀 가구들의 세 부담이 늘어나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특히 정부가 복지 확대를 위해 세금을 편법으로 더 걷은 것이 아니냐는 ‘꼼수 증세’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올 3월까지 연말정산이 완료되면 이를 토대로 소득계층별 세부담 규모를 면밀히 분석한다고 합니다. 또 정부와 여당이 협의해 자녀 수, 노후 대비 등을 반영하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해 5월에 문제가 된 부분을 환급한다고 하니 올해는 연말정산을 두 번 하게 됐습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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