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전 국왕 18조 재산 갖고도 조촐한 장례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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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DB]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전 국왕이 세상에 남긴 재산은 180억 달러(약 19조8000억원) 정도다. 일본 퍠션회사인 유니클로의 야나이 타다시 회장의 재산 184억 달러와 엇비슷하다. 물론 사우디 왕국 땅속에 묻혀 있는 어마어마한 원유를 뺀 국왕 개인 재산이 그 정도란 얘기다.

유산 규모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가장 부자인 국왕은 태국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다. 그는 300억 달러에 이르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대형 시멘트 회사와 은행의 지분이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2위는 말레이시아 옆 석유 왕국인 브르네이 하사날 볼키아 국왕이다. 그의 재산은 200억 달러 정도다.

압둘 아지즈 전 국왕의 재산은 조카인 알 왈리드 빈 탈랄 (250억 달러)보다도 적다. 『금융제국 JP모건』에 따르면 사우디에서 이슬람 종교의 영향력이 커 겉으로 국왕이 드러내놓고 부를 축적하기 힘들었다. 은행이란 말 조차 한때 금기어였다. 중앙은행을 ‘사우디통화청’이라고 부른 까닭이다.

그 바람에 사우디 왕실은 이웃 카타르나 두바이 등의 왕실과는 달리 금융에 어두웠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서방 석유회사들이 원유 채굴 대가로 준 로열티를 황금으로 받아 왕실의 거대한 금고에 묵혀둘 정도였다. 또 이자를 터부시하는 이슬람 율법 때문에 엄청난 오일머니를 씨티와 JP모건 등의 저금리 계좌에 방치해 두기도 했다. 사우디 왕실이 돈에 눈을 띈 시기는 80년대 중반쯤이었다. 원유 값이 급락하면서 왕실과 정부 재정이 이전보다 어려워 지면서다.

한편 23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이맘 투르키 빈 압둘라 대사원(모스크)에서 고 압둘라 국왕의 장례식이 간소하게 치러졌다. 장례식에는 아랍권 지도자들과 사우디 왕족 등 수천 명이 참석했다. 일본의 나루히토(?仁) 왕세자, 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 등 세계 정상들도 조문에 동참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7일 인도 방문 일정을 단축하고 사우디를 방문할 예정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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